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첫날인 지난 6일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주식 매입) 등으로 해소된 공매도 물량이 전체의 5% 안팎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 첫날 국내 증시는 2차전지 관련주 등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이는 대규모 쇼트커버링 때문이라기보다 투자심리 개선 등을 노리고 유입된 단기 매수세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잔액 수량은 2억5030만여 주였다.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3일의 2억6136만여 주에 비해 4.2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액 수량은 1억8127만여 주에서 1억7132만여 주로 5.48% 줄었다. 공매도 잔액 수량은 집계 등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이틀 늦게 공개한다.
공매도 잔액이 가장 많았던 2차전지 관련주도 공매도가 크게 줄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액 1위였던 포스코퓨처엠은 공매도 잔액 수량이 6일 291만4885주로 직전일(304만257주) 대비 4. 1% 줄었다.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2.8%↓…포스코홀딩스는 되레 9.1% 늘어
코스닥시장 공매도 상위 종목도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주식 매입)을 통해 감소한 공매도 잔액이 크지 않았다. 코스닥 공매도 1위였던 에코프로비엠은 공매도 잔액이 지난 6일 490만6956주로 직전 거래일(504만8164주)보다 2.8% 줄었다. 공매도 2위였던 에코프로 공매도 잔액은 같은 기간 179만6335주에서 171만6113주로 4.8% 감소했다. 셀트리온, HLB, HMM, 카카오뱅크 등 공매도 잔액이 컸던 다른 종목도 공매도가 줄지 않았다.
일부 종목은 오히려 공매도 잔액 수량이 늘어나 주목을 끌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공매도 잔액이 지난 3일 152만4643주에서 6일 166만3110주로 9.1% 늘었다.
이는 공매도 잔액이 단순히 쇼트커버링에 의해서만 늘거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선 공매도 통계에는 종목에 호가를 공급하는 마켓메이커(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위험회피) 목적 공매도 물량이 포함된다. 호가 공급을 담당하는 증권사들은 개별 종목 또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수가 체결되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해당 주식 또는 ETF에 포함된 종목을 ‘차입 매도(공매도)’한다. 또 공매도 거래 신고 기준이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점도 영향을 준다. 개별 종목 공매도는 잔액이 1억원 이상 또는 해당 종목의 0.01%를 넘어설 때만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전면 금지 첫날 공매도 잔액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LP 등의 공매도 수량은 공매도 금지 첫날 매우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이 공매도 금지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LP들이 제시한 매수 호가가 거의 체결되지 않아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한가로 치솟은 종목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하루 동안 ETF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는 1965억원에 불과했다.
공매도 신고 기준 변경도 물량이 미미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종목을 1억원 미만으로 공매도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거의 환매수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2차전지 관련주 등이 여전히 고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쇼트커버링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쇼트커버링을 하루 이틀 만에 끝내지 않고 일정 기간에 조금씩 이어가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쇼트커버링 물량은 향후 2주에서 한 달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 2차전지 관련주 등 국내 증시가 급등했다가 이튿날 급락한 것은 단기 차익을 노린 세력이 유입된 게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실제 쇼트커버링이 아니라 쇼트커버링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 심리를 노린 단타 세력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6일 외국인이 85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한가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이틀간(7~8일) 외국인은 매수한 금액보다 더 많은 10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비엠도 공매도 금지 첫날 외국인이 7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이튿날 5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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