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비판받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9일 강행 처리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지렛대 삼아 국민의힘이 계획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재계의 거듭된 호소는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와 여당의 무기력함에 외면당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3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만으로 이뤄진 표결에서다.
당초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최대한 늦춘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날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동관 위원장과 손준성, 이정섭 차장검사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결정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철회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 보고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이 이유였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 닷새간 본회의가 열리는 만큼 탄핵안이 보고된 지 24시간이 지난 10일 오후 3시 이후에는 언제든 표결을 통해 탄핵을 의결할 수 있다.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야당의 탄핵안 처리를 돕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수개월간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악의적 정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네 가지 악법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드리고 싶었지만,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의도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안 의결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안 의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노조법 개정안 등에 대해 여론전을 펼칠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는 지적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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