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이한테 쫄지 말자. 그런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배우 이성민은 ‘서울의 봄’ 출연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우성은 황정민과 연기 호흡에 대해 “타 죽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섰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은 ‘연기의 향연’이라고 자신했다.
9일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비중 있는 역할이 60명 정도 나오는데 모든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 연기의 향연을 보였다”며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바보 같은데 저는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은1979년 서울에서 벌어진 12.12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 최초의 영화다. 신군부 세력과 그들을 막으려는 군인들의 일촉즉발 대립을 그린 작품. ‘아수라’, ‘감기’, ‘태양은 없다’, ‘비트’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베일을 벗은 이 작품은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을 필두로 박해준,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 등 많은 배우들이 놀라운 호연을 보여준다.
군사 반란의 중심에 있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황정민이 연기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머리 분장을 했다.
그는 “대머리 분장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특수분장 팀이 워낙 잘해서 기본 네 시간 정도 걸렸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세 시간 반 걸렸다. 단지 콜 타임이 7시면 새벽 세 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그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대머리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이런 좋은 배우 감독과 함께하는 뜻깊은 작품이라면 너무너무 감사하고 복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캐릭터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으나 김성수 감독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황정민은 “시나리오 안에 모든 것이 나와 있었다. 철저히 분석해서 전두광이란 인물을 만들어냈다. 영화가 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으로 전두광과 대립각에 선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실제 사건에서 먼 가공된 인물이라고 감독이 말씀해주셨다. 찾아가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과 했던 지난 작업에 비하면 감독에게 더 많이 기댔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육군참모총장 정상호 역의 이성민은 “역사적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연기한다는 것이 관객에게 어떤 긴장감을 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과 함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전작 ‘헌트’와의 비교에 대해 “‘서울의 봄’ 제안받았을 때 ‘헌트’의 정도와 일맥으로도 볼 수 있을 텐데 부담되지 않으시냐, 저는 부담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김 감독은 ‘다른 인물이기에 상관없다’며 ‘관객들은 어쩔 수 없지만, 굳이 의식할 필요 없지 않으냐’는 말씀을 주셔서 용기를 내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트’에선 감정의 폭주를 보였다면 이태신은 억제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상적이 되려고 노력했다. 전두광이 불이라면 ‘불과 물의 대결’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한걸음 물러나 뜨거운 열기를 다시 생각하는 억제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정우성은 “긴 호흡으로 연기한 것은 처음인데 구름 위에 얹혀 놓고 둥실둥실 띄워주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황정민은 극 중 전두광의 사투리로 “나는 어떻노, 죽이고 싶더나”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정우성은 “타 죽지 않으려고 자꾸 뒤로 물러났다”고 거들었다.
‘서울의 봄’은 전시가 아님에도 전방 부대 병력과 탱크, 공수부대가 서울로 진입했던 군사 반란의 그날을 긴박하고 현장감 있게 생생히 스크린에 펼쳤다.
김성수 감독은 “열아홉 때 집이 한남동이었는데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될 때 총소리를 들었다.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30대 중반이 되어 알게 되고 당혹스러웠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쉽게 우리나라 군부가 무너졌다는 놀라움과 의구심이 마음속에 있었다”라고 연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제 오래된 숙제를 이 영화로 보여드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두광과 맞선 군인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범죄가 입증됐고, 군인들이 없었으면 신군부가 승리자로 역사에 쓰였을 수도 있다. 우리는 결과를 다 알지만, 양측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부분을 영화적으로 구성하면 관객이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한 상황들을 재연한 다음 여기 휩쓸렸던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상상력을 발휘해 극화시키고 관객을 몰아넣으려는 것”이라며 “영화가 끝나면 궁금증이 생기고 진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저는 실제 그날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재연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역사에서 출발했으나 많은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라며 “제 해석에 입각한 시나리오를 배우들이 해석해 각자의 방식으로 훌륭히 표현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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