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마의 현인’ 워런 버핏이 선행매매 의혹에 휩싸였다. 버핏이 운영중인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 주식 가운데 일부를 개인 계좌에서 미리 사거나 팔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미국 탐사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9일(현지시간) ‘워런 버핏이 벅셔해서웨이가 사고파는 주식을 비공개로 거래한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버핏이 개인 계좌를 통해 월마트 웰스파고 존슨앤드존슨 등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중인 주식을 거래했다”고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는 미국 국세청(IRS)를 통해 버핏의 개인 계좌 거래 데이터 20년치를 확보한 결과라고 밝혔다. 버핏은 그간 개인 투자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지만, 투자 내역이 공개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프로퍼블리카가 제기한 선행매매 의혹의 대표적인 사례는 웰스파고다. 버핏은 2009년 4월 20일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웰스파고는 다른 어떤 대형은행보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며 웰스파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벅셔해서웨이도 웰스파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알려진 상태였다. 인터뷰 후 웰스파고 주가는 상승했고 4일 뒤인 4월 24일 버핏은 개인 계좌에서 웰스파고주식 2000만달러어치를 매각했다.
2012년 3분기에는 벅셔해서웨이가 존슨앤존슨 주식을 매도했는데, 버핏은 이 사실이 공시되기 이전에 개인 계좌에서 존슨앤존슨 주식 3500만달러 어치를 매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버핏이 벅셔해서웨이가 보유중인 주식을 개인계좌에서 보유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프로퍼블리카는 워런 버핏이 개인계좌에서는 벅셔해서웨이와 반대로 주식을 사고 팔았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공개했다. 2009년 8월 버크셔해서웨이는 월마트 주식을 크게 늘렸는데, 버핏은 개인계좌에서 월마트 주식 2500만달러 어치를 매각했다.
버핏은 그간 공개적으로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대규모 자산을 굴리는 벅셔해서웨이의 투자 판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운용중인 주식 가치는 3448억달러(약 452조2300억원)에 이른다. 프로퍼블리카는 벅셔해서웨이가 의혹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2011년에도 비슷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버핏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데이비드 소콜이 윤활유 제조업체 루브리졸의 주식을 선행매매 했는데, 버핏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당시 소콜은 루브리졸 주식에 1000만달러를 투자한 뒤 버핏 회장에게 루브리졸 인수를 제안했고, 벅셔해서웨이는 루브리졸을 인수했다. 버핏은 모든 과정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사회에 법률적 검토를 지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소콜은 버크셔해서웨이에서 퇴사했다.
뉴욕 =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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