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가격이 9일(현지시간) 개당 2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준비하자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했다. 암호화폐 현물 ETF가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시장의 유동성이 암호화폐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스닥은 이날 19-b 양식을 통해 블랙록이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19-b 양식은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조례 및 규칙을 변경할 때 쓰는 신청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야 다음 상장 절차를 이행할 수 있다.
앞서 블랙록은 지난주 델라웨어주 당국에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트러스트(신탁)’이란 상품명을 미리 등록한 것이다. 현물을 직접 쓰진 않았지만, 운용 방식은 사실상 현물 ETF와 같다. 자산운용사가 시장에서 현물 이더리움을 매입해 증권 형태로 판매하는 식이다.
블랙록이 암호화폐 현물 ETF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블랙록은 지난 6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추진했다. SEC는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부적절하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다만 미 연방항소법원은 앞서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내놓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SEC의 거부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시장에선 이를 사실상 승인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증권식별 코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의 코드는 ‘CUSIP’이다. 증권식별 코드는 SEC에 상품 출시를 신청한 후 거치는 통상적인 절차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도 상장 승인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받을 것이란 낙관론이 퍼지자 가격이 급등했다. 코인마켓갭에 따르면 이더리움 가격은 이날 오후 6시 45분 기준 전장 대비 9.24% 상승한 개당 206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에선 암호화폐 가치가 더 확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현물 ETF 승인을 받게 되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암호화폐로 유입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선물과 달리 현물 ETF가 상장하게 되면 운용사들은 실제 암호화폐를 매입해야 한다. 또 기관투자가들도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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