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0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10조원이 넘었지만 성장 여력은 여전히 크다”면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에 다양한 아이디어 발산을 독려했다.
손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상장지수상품(ETP) 콘퍼런스인 ‘글로벌 ETP 콘퍼런스 서울’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엔 지속 가능한 ETP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국내 시장의 과제들을 주제로 한 세션들이 마련됐다.
그는 개회사를 통해 “국내 ETF 종목 수가 800여개에 달하고 순자산총액이 110조원을 넘어서면서 외연뿐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했다”며 “과거 ETF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게 인버스와 레버리지 등으로 이 부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상당했는데, 이 또한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전체에서 ETF 시장의 규모는 아직 4%가량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미국에선 ETF가 전체 주식시장의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 ETF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최근 ETF 시장의 트렌드를 ‘개인 맞춤화'(커스터마이징)라고 꼽으면서 세대별 맞춤형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MZ세대를 위해선 공격적이고 과감한 상품을,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를 위해선 보다 다양한 안정적인 상품들을 내놓는 식으로다. 다만 고위험 상품들에 대해선 충분한 투자자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시장의 세계화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운용사들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마케팅과 관련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면서 “한국거래소 역시 유관기관으로서 업계와의 소통을 늘려 우리 시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ETF 시장과 관련한 제도 혁신도 약속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배출권 관련 신상품이다. 손 이사장은 “과거에는 배출권 분야가 ETP 후보군으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배출권 등의 다양한 자산을 포섭해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액티브 ETF의 경우에도 운용 자율성을 높이는 등 혁신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ETP 투자가 늘어난 데는 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가 많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장기 투자를 위한 홍보를 한국거래소 차원에서 더 강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ETP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는 가운데 국내 운용사들도 투자자 선택을 받기 위한 뜨거운 경쟁을 펴고 있다”며 “한국거래소도 시장의 온도를 꼼꼼하게 확인해 가며 더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소영 금융위원장 역시 이날 축사를 통해 “혁신적인 맞춤형 ETP 상품이 나와야 한다”면서 “ESG와 AI 등 국내 신사업 관련 상품들이 결국 관련 산업의 기술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의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오늘 행사에 나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정부로서 귀 기울여 듣고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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