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쇼펜하우어는 “행복이란 많은 경우 결핍에서 충족으로 넘어가는 ‘짧은 순간’이다”고 말한다. 결핍은 늘 인간에게 고통이지만 충족에서 과잉으로 넘어가면 권태, 지루함의 감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을 즐기는 순간은 찰나와 같이 금방 지나간다. 영원하고 지속적인 행복이란 없기 때문에 그런 작은 행복감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 행복은 지체하지 않고 흘러간다. 글자 수 929자.
감각이 무딘 동물이 현재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행복한 반면, 상상력으로 만든 미래의 환영에 갇혀 사는 인간은 불행하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희망은 행복의 바탕인 마음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 과거와 미래는 실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만 충실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미래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으로 급히 쫓아가는 반면에 현재는 거들떠보지도 즐기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이고 확실한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늘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현재를 의미로 채울 필요가 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현재 그 자체를 기분 좋게 받아들여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이 내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인생 전체를 구성하는 하루하루는 똑같은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늘 새로운 것이다. 현재의 가치를 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된다. 과거와 미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가는 매 순간의 가치를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
동물이 행복한 이유는 인간보다 적은 고통과 적은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성이 없으므로 과거의 고통을 담아 두지도 않고 미래의 환상에 사로잡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동물은 오로지 실재하는 현재의 고통만을 느낀다. 미래와 과거는 우리의 생각 속에만 있고 순간만이 실재한다.
쇼펜하우어는 현재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현재만 사는 사람을 경솔하다고 본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불만이나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재의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가 인생을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오늘뿐이며 내일이 오늘의 반복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강용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유노북스,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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