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주 투자 불패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상장 첫날 변동폭을 확대한 이후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는 상장 첫날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IPO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고 자연스럽게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예비 상장사가 늘었다. 그러다 거품론이 제기된 가운데 상장 첫날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신규주가 발생했다. 앞으로 IPO 시장에서도 옥석을 가려가며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 코스닥시장에 새롭게 입성한 4개 상장사 가운데 컨텍은 공모가 대비 29.24% 내린 1만59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2만2500원으로 상장했지만 1만97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2만105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커졌다. 오후 들어 1만5360원까지 내렸다. 공모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로 이날 거래를 마쳤다.
비아이매트릭스는 공모가 1만3000원보다 31.07% 오른 1만704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주가는 계속 뒷걸음질 쳤고 1만16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보다 10.31% 낮은 가격이고, 장중 고점 대비로는 32.99% 떨어진 가격이다.
큐로셀과 메가터치는 공모가 대비 각각 8.5%, 16.46% 올랐다. 큐로셀은 오후 2시께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후 낙폭을 회복하고 상승 전환했다. 메가터치는 공모가 대비 오르긴 했지만, 상장 직후 기록한 7950원 대비 30% 가까이 내린 55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새내기 상장사 4개사 가운데 2개사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달만 해도 상장 당일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신규주는 없었다. 지난 달 상장한 9개 상장사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97.6%에 달했다. 상장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44.5%를 기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79.3%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난 6월 말부터 변동폭을 확대 적용한 이후 높은 수익률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투자자가 상장 당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시장에 자금이 몰렸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받은 에이직랜드 증거금은 6조2603억원에 달했다. 하루 앞서 청약을 진행한 에스와이스틸텍도 1조5700억원이 넘는 증거금을 기록했다.
시중자금이 IPO 시장으로 몰렸고 공모가는 높아졌다. 지난 달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9개 기업 가운데 8개가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스톰테크, 동인기연, 에코아이, 그린리소스, 한선엔지니어링, 에이에스텍, 에이텀, LS머리얼즈, 와이바이오로직스, 케이앤에스 등 10개사가 이달 중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을 끝낸 스톰테크와 에코아이는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신규 상장주식의 가격 변동폭을 확대 시행한 이후 신규 상장일 주가 추이를 보면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기라고 할 수 있다”며 “신규 상장주가 많아질수록 신규 상장일 변동폭이 좁아지고 고점 높이도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가 수준 역시 안정화되는 것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적정 균형 가격의 조기 형성을 기대하며 상장 첫날 가격 변동폭을 확대했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간 높은 수익을 내려는 투기성 자금이 몰려 들었다. 공모주 투자자가 높은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공모주 청약을 받으려는 투자자가 늘었다. 상장을 추진하는 예비 상장사와 주관사는 공모가를 높이기 시작했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들은 IPO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상장하려는 기업이 늘었고 하루에 4개사가 동시에 상장했다. 일부 상장사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것을 보고 ‘거품이 꺼졌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초기 과열 양상은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옥석을 가려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쏠림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신규 상장사 주가 흐름을 보면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이후로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다음날 하락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장 첫날 오후부터 주가가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공모주 투자 수익률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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