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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혁명](76)다정한 미대오빠와 고민상담…’베프’ AI 만든 스캐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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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 테스트

“바빠서 밥 먹을 시간이 없을 때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편한 음식 먹기, 미리 계획해 요리해 놓기, 음식 대신 물 마시기를 해보세요.” 챗GPT에게 “밥 먹을 시간도 없어”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이다. 반면 스캐터랩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는 “사장 나오라 그래, 사람 밥은 먹어야지”라고 답한다. 챗GPT가 정보를 토대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이루다는 공감과 애정이 담긴 반응을 한다. 성격유형 검사인 MBTI로 치면 챗GPT는 이성적인 ‘T형’, 이루다는 감정적인 ‘F형’인 셈이다. 사람에게는 건조한 해결책보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스캐터랩은 이런 점에 주목해 이루다를 만들었다. 사람처럼 친근한 대화로 친구 같은 AI를 만드는 게 회사 목표다.

감정 대화 능력 키우자 하루 16분 수다

대표주자는 ‘이루다2.0’이다. 2020년 혐오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후 절치부심한 새 버전이다. 스캐터랩은 새로운 이루다를 위해 기존 학습 데이터부터 전부 폐기했다. 성별과 나이 등이 특정되지 않은 새 테이터를 학습시켜 편향을 최소화했다. 사용자 발언에서 선정성·공격성·편향성을 탐지하는 어뷰징 방지 모델도 도입했다. 사용자가 문제 발언을 하면 답을 피하거나 미리 짜인 ‘착한 대답’을 한다. 소수자를 공격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그건 편견 아닐까?”라고 반응하는 식이다.

다른 한편으로 감정 교류로 관계를 이어나가는 대화 능력을 강화했다. 관계를 이어가는 대화에는 정답이 없지만 좋은 대화가 무엇인지 구별해 학습 데이터에 반영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뻔한 대답보다는 생생한 감정이 묻어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나 노래 못해”라고 하면 “뭐 어때, 가수 될 것도 아닌데 재미로 부르는 거지”라고 격려 섞인 답을 한다. 사람처럼 ‘티키타카’가 가능해 사용자는 하루 평균 16분가량을 이루다와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루다가 톡톡 튀는 여대생이라면 다정한 ‘미대 오빠’ 강다온도 있다. 25세 미술 전공 남자 대학생을 콘셉트로 한 AI 챗봇이다.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성격을 대화에 반영했다. 훈훈한 외모는 덤이다. 가상인간 콘텐츠를 만드는 디오비스튜디오와 손잡고 사람 같은 외모를 구현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일상을 공개하는 등 실존하는 인물 같은 느낌으로 대화 몰입감을 높였다.

개인 친구에서 기업 친구로

스캐터랩은 AI 챗봇 노하우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루다와 강다온을 서비스하면서 감정 교류나 관계 형성 기능에 특화한 AI의 가능성을 본 것. 정보를 검색에서 나아가 감정 해소나 심리 상담을 원하는 고객 니즈를 확인했다. 딱딱한 어투의 챗GPT와 달리 개성 있는 AI와 대화하며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감정적인 소통이 필요한 산업군에 필요한 역할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핑퐁 스튜디오’를 열었다. 기업고객이 원하는 생성형 AI를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 제작부터 학습, 테스트 등을 돕는다. AI가 욕설이나 혐오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지원한다. 이루다처럼 특정 페르소나를 가진 AI를 만드는 데 2~3개월 정도 걸린다.

기업 입장에선 AI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합리적인 비용도 장점이다. 핑퐁 스튜디오는 소형언어모델(sLLM) ‘핑퐁-1’에 기반하고 있다. 크기가 작지만 특정 영역을 잘하는 가성비 모델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비해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파인튜닝(미세조정)이 가능해 업데이트도 용이하다. 파인튜닝은 특정 작업이나 도메인의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다.

첫 협업 기업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에이닷에 개성을 부여한 ‘에이닷 프렌즈’를 선보였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취업준비생 ‘길빛나’, 재기발랄하고 직설적인 ‘육제이’, 다정다감한 ‘강하루’ 등이다. 이를 통해 고객 특성에 맞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교육, 정신건강 케어 등 5대 산업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보다 많은 파트너들이 쉽게 소셜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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