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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개미 비중 세계 최고…비합리적 투자 행태에 변동성 커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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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성증권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3월16일부터 6월12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유지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 했다고 분석했다. 당시는 공매도가 금지된 시기였다. 결국 공매도 금지 기간 증시 상승을 이끈 주체는 개인 투자자였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 외국인의 쇼트커버링(공매도 환매수) 흔적보다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 ▲과잉확신 ▲처분 효과 ▲복권형 주식 선호 ▲단기 군집거래. 이는 공매도 금지 기간이었던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 투자자 20여 만명의 투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비합리적 투자 행태가 짙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 1400만명 시대

1424만명.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숫자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600만명이 되지 않았지만 이후 증시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개인 투자자는 502만명에서 1424만명으로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지난해 연말 총 거래대금 기준으로 집계한 개인 투자자 비율은 64%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평균 30% 선이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한국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개인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증시 변화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개인의 높은 참여로 투자자별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비합리적인 투자 행태까지 더해져 시장 가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같은 환경에서 공매도 금지까지 이뤄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을지 경고음을 낸다.

그러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한시 금지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 우려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 일부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국내 증시만 오르면 개인 투자자의 신규 매수 자금이 커지기 때문에 충분히 커버(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잉확신하는 개인의 투자 행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로나19 기간 보인 개인 투자자들의 행태가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의 20만명의 개인 투자자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정보와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인 ‘과잉확신’, 오른 주식은 처분하고 내린 주식은 보유하는 ‘처분효과’, 대박의 기회를 노리는 성향인 ‘복권형 주식 선호’, 다수 투자자가 일정 기간에 같은 방향으로 매매하는 ‘단기 군집거래’ 등의 4가지 행태적 편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 같은 성향 탓에 투자 수익률도 낮았다. 이들의 거래회전율은 연 1600%에 달했지만 수익률은 시장 지수에 미치지 못했다. 또 코스피가 700포인트가량 오른 강세장에서도 신규 투자자 60%가량이 손실을 봤다. 기존 개인 투자자와 고액 개인 투자자들의 합산 누적 수익률은 18.8%로 양호했지만, 신규 개인 투자자와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합산 누적 수익률은 5.9%에 그쳤다. 거래비용(거래세·수수료)을 고려할 경우 각각 15.0%, -1.2%로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와 소액투자자의 저조한 성과는 잦은 거래와 연관돼 있는데, 과도한 거래량은 과잉확신과 관련이 있다”면서 “주식 투자를 일종의 대박의 기회로 인식하는 성향 탓에 복권과 유사한 수익률 특성을 갖는 주식을 과잉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한시 금지에 거품 경고음

과장해 확신하거나 한탕을 노리는 주의는 결국 시장에서 거품을 초래하고 변동성이 키우기 쉽다. 실제로 코로나19 엔데믹이 선언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2년째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악화, 금리 인상 등 다양한 대외 변수로 시장이 흔들리자 유동성 거품이 꺼져서다.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증시 환경에서 공매도 한시 금지가 변동성을 더 키우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매도는 주가조작이나 과도한 거품을 막는 순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공매도 한시 금지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투자 행태를 보인다면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한시 금지로 시장의 거품을 방지할 수단이 사라진 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 중심의 한국 증시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에 대한 교육 등으로 이를 유발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가 다양한 행태적 편의에 노출돼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투자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행태적 편의의 영향으로 저조한 투자 성과가 누적된다면 개인 투자자 기반의 시장이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을 늘리지 않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한시 금지로 많이 들어오게 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실제로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당시 라덕연 일당이 주가를 조작한 종목 대부분이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이었다.

개인의 투자 성과 지속성 제고해야

한국 증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이미 높아진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 특수성을 감안해 이들의 투자 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간접투자수단 운용 성과 및 비용 효율성 제고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관리 효율화를 위한 서비스 확대 ▲개인 투자자의 비효율적인 투자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 고안 등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과거 성과에 대한 정보와 행태적 편의에 대한 경고 문구가 제공될 때 과잉확신 경향이 줄어든다”면서 “금융투자회사가 개인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에 따른 취약성을 파악하고 경고하는 것, 행태적 편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직접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 의무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할 때 재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공매도가 나름대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것”이라며 “최근 국내외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상황이 긴박해졌고 금융감독원에서 공매도 상황을 모니터링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우려가 제기돼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전면 재개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시장에서 이번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가 이례적이라고 여기는 배경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전체 추이를 보면 현재의 지수는 대형 위기 수준이 아니라 흔하게 나타난 가격 조정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대형 글로벌 위기가 아닌 시점에서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가 나온 것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공매도는 가격 발견에 기여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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