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관련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저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앞서 엔화 반등에 베팅한 경우 손실을 입은 반면 일본 주식에 투자한 경우에는 쏠쏠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일본엔선물’은 연초 대비 9.21%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4월 1000원대까지 올랐지만 7월에 9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엔화 반등을 기대하며 7~8월 두 달 간 TIGER 일본엔선물을 23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엔화 환율이 다시 하락해 ETF 수익률도 떨어졌다. 900원선 근처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최근 860원대까지 내려왔다. 지난 6일 867.59원을 기록하며 15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860원대를 기록했다.
앞서 엔화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지만 최근 엔저로 TIGER 일본엔선물에는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인은 이달 들어서만 TIGER 일본엔선물을 19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일학개미들이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도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 종목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올 들어 3억5735만 달러(약 4686억6452만원)를 순매수했다.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상품이어서 일학개미들이 몰렸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연초 대비 16% 넘게 하락했고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환손실까지 더해졌다.
일본 주식에 투자한 경우에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39%로 주요 지역·국가 펀드 중 북미(33.32%)와 신흥유럽(23.3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엔저 등에 힘입어 일본 증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들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ACE 일본TOPIX레버리지(H)는 올들어 51.95% 상승했다. ACE 일본Nikkei225(H)은 27.03% 올랐고 TIGER 일본TOPIX(합성H)(22.94%), TIGER 일본니케이225(16.99%), KODEX 일본TOPIX100(12.95%) 등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잃어버린 30년으로 시름했던 일본 주식시장이 5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면서 “미국 경제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전개되고 있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와 일본 제조업 기업들의 북미 수출 고공행진, 여행 수요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엔화 강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가 엔화 강세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금리 상승(엔화 강세) 속도는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OJ의 신중한 긴축과 맞물려 점진적인 엔화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과거와 달라진 환율 레벨 자체가 현재 일본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에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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