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조달비용 증가세가 6개월째 지속되면서 취급을 중단하는 저축은행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연말 서민대출 한파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은 최근 햇살론 공급을 중단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7월부터, DB저축은행은 지난 9월부터 햇살론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재판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달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햇살론을 취급 중인 저축은행은 25곳으로, 1년 전(29곳)과 비교해 4곳 줄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을 공급 중이긴 하지만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 보증으로 신용점수 하위 20%인 연소득 45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차주에게 대출해주는 서민금융상품으로, 저축은행 취급액이 금융권 전체 취급액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햇살론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다. 올해부터 대출금리 상단이 1%포인트(연 10.5%→연 11.5%) 상향 조정되고 올 1월 연 5.82%까지 치솟았던 조달금리가 3% 중후반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햇살론 공급액은 2조2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햇살론 공급 규모가 다시 감소할 조짐을 보이는 건 올 하반기 들어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역마진’ 우려가 커지자 취급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햇살론 조달금리는 지난 5월 연 3.62%로 올해 저점을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7월 4.04%→8월 4.08%→9월 4.13%→10월 4.21%→11월 4.27%다. 조달금리와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한 햇살론 상한금리는 이달 기준 근로자햇살론 연 11.19%, 자영업자햇살론 연 10.21%로 상한선(각각 연 11.5%, 연 10.5%)에 근접했다.
저축은행 햇살론 조달금리는 2개월 전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지난 9월 4.27%로,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말 판매한 고금리 예금상품 만기를 앞두고 재예치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선 영향이다.
한동안 정기예금 금리 오름세가 지속된 만큼 햇살론 공급 규모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경우 지난해 햇살론 중단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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