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삼성생명서초타워, 강남 한복판인 이곳 25층과 27층엔 사무실이면서 집 같은 공간이 있다. 거실과 주방이 있고 서재와 드레스룸에 베란다도 있다. 누가 사는 곳인가 싶지만 분명 사무실이다. 각 공간은 주거 공간의 역할에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이 한층 한층 쌓아 올려진 이른바 ‘레이어드 홈’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라이프스타일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사무실이다.
스타트업의 사무실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한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사무실 디자인에 서비스의 정체성을 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처음 회사를 방문해도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인테리어 시장을 혁신하며 성장한 스타트업답게 버킷플레이스의 사무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버킷플레이스의 사무실은 사람들의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오늘의집’ 서비스를 그대로 옮겼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라운지와 오픈키친은 주거 공간의 거실과 주방을 연상시킨다. 보통의 집처럼 서로 연결된 오픈형 구조로 설계했으며 실제 집에서 볼 수 있는 소파, 아일랜드 바 등이 있다. 또 각각의 회의실은 영화룸, 게임룸, 베란다, 서재, 드레스룸 등 실제 집 안에 있을 법한 공간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가영은 오늘의집 컬쳐 리드는 “구성원들이 집만큼이나 편안하게 꾸며진 회사에서 더욱 즐겁게 일하며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공간 못지않게 다양한 편의시설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야놀자의 사무실도 올해 초 새 단장을 마쳤다. 야놀자를 생각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키워드인 ‘여행’을 콘셉트로 새롭게 사무실을 디자인했다. 구성원뿐만 아니라 야놀자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여행지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층마다 다른 여행 테마로 꾸몄다. 한 층은 도시 여행, 또 한 층은 바다와 호수 여행, 또 다른 층은 산으로 떠나는 여행을 테마로 했다. 여행을 떠날 때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공항을 표현한 공간이 마련됐고 여행지에 도착해 눈 앞에 펼쳐진 바다가 느껴지도록 천장에 파도의 형상을 딴 구조물을 설치했다. 또 산 정상에서 보는 별을 사무실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구현했다. 사내 카페에서는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릴 때 앉는 좌석은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처럼 만들고 캐리어를 배치하기도 했다.
쏘카는 모빌리티와 관련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특징을 살려 사무실 곳곳에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설치했다. 바닥에는 횡단보도, 주차 구획, 차선, 최고 속도 제한 표시 등이 그려져 있다. 이 밖에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는 사무실 라운지 한쪽 벽을 무인 도서관처럼 꾸몄다. 만화책, 일반 도서, 잡지 등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읽고 대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스타트업의 변화는 삭막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던 기존 사무실에 대한 인식과 거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워케이션 등 다양한 근무 형태 시도와 함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사무실 디자인도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일하는 문화의 변화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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