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무연 담배. 입에 넣으면 민트 맛이 퍼져요.”
10일 해외에서 만들어진 신종 담배를 국내로 들여와 파는 담배 업체의 말이다. 업체 측은 이를 ‘니코틴 파우치’라고 소개했다. 윗입술과 잇몸 사이에 티백처럼 생긴 담배를 집어넣고 핀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한 갑에 24개비가 들어있는데 1개비당 30분 내지 1시간 정도 피울 수 있어 경제성도 좋은 데다 기존 담배보다 니코틴이 적어 건강에 덜 해롭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는 니코틴을 포함한 모든 담배는 해롭다고 정의한다. 적은 함량의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몸은 비슷한 양의 니코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담배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은 새로운 담배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부 담배 업체들은 “궐련형 담배보다 덜 해롭다” “금연의 대안이다”라며 홍보한다. 정부는 신종 담배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담배가 다양해지면서 흡연 행태는 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반 담배인 궐련을 피우는 분율인 흡연율은 2009년(26.7%)부터 줄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9.3%가 됐다. 하지만 폐암 환자는 지난해 11만6428명으로 2018년(9만1192명) 대비 27.7% 증가(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하면서 역대 가장 많았다. 흡연율 통계가 짚지 못하는 여러 형태의 흡연이 실제 늘어났을 거란 추정이다. 예컨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3년 1.1%에서 지난해 2.3%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담배 규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담배 업체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센터장은 “처음에는 해외직구를 통해 재미있는 제품이 들어오고, 입소문이 나면 시장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신종 담배가 들어올 때 받아야 하는 국가 승인이나, 모니터링 제도가 없다”며 “시장이 형성됐을 때 규제하면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온라인 판매·직구, 광고·판촉을 할 수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담뱃잎을 원료로 한 제품’에 한정된다. 담뱃잎의 줄기·뿌리, 합성니코틴으로 제작한 담배는 국내 규제에 비켜나 있다. 담배 규제가 느슨하다고 평가받던 미국도 지난해 4월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면 담배로 규정하도록 바꿨다.
담배 정의를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줄기·뿌리, 합성니코틴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대하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제21대 국회 개원 초기에 발의됐다. 이 법이 통과돼야 앞으로 담배 제품의 구성 성분 등을 공개해야 하는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실효성을 거둘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관련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소관위 심사 단계에 계류돼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이번 회기에 자동 폐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담배사업법 관련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담배 사업자 반발 등에 따라 쉽사리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 사업을 해오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법적 정의에 비난 제품은 과태료 등 단속 대상에 벗어나 있다”며 “합성니코틴까지 담배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