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올해 3분기 일제히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가계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백화점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4분기엔 지난해 높은 기저에 따른 타격이 옅어지는 데다, 이달 들어서야 시작된 본격적인 추위에 연말 백화점 실적의 가늠자인 겨울 외투 판매 추이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드는 상황을 고려할 때, 연말 파생소비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 줄었다. 매출 역시 7530억원으로 2.0% 감소했다. 평년 대비 높은 기온 영향으로 가을·겨울(F/W) 상품 판매가 부진했던 점이 발목을 잡았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고정비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1.6%로 후퇴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난 점, 인기 식음료(F&B) 등 집객을 부르는 콘텐츠가 다양하게 도입된 점 등이 본점과 잠실점을 비롯한 대형점 매출을 견인했다. 해외 점포는 기존점 매출 신장과 함께 지난 9월 오픈한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5.1% 감소한 928억원을 기록했다(광주·대구·대전신세계 별도 법인 포함). 역시 고마진 카테고리인 의류 판매가 부진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과 연동된 관리비, 판촉비 등의 증가분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액은 6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7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줄었다. 본점·목동점·더현대 대구 등 점포 리뉴얼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67억원 감소했다. 매출은 5802억원으로 3.5% 늘었다. 리빙(10%), 영패션(7%), 식품(6%) 상품군을 중심으로 매출 호조세를 보였으나 남성·여성패션 매출이 각각 3%, 1% 감소했다.
업계에선 백화점 산업이 2021~2022년 해외여행 제한과 이에 따른 보복 소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플렉스’ 문화가 이어졌던 고성장 시기를 보내고, 다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주식·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가처분소득 역시 줄어들며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올해 4분기엔 지난해 리오프닝(경기 재개)으로 이어졌던 높은 기저효과에 따른 부담은 제거될 것으로 봤다. 매년 이슈가 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테마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면서 방문객의 파생 소비 역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출 비중이 큰 겨울철 의류 판매 회복 속도가 관건이다. 이달 들어서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4분기 이후 인천점, 수원점 등의 점포 리뉴얼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 신세계백화점은 ‘신백선물관’ 등 온라인 강화에 지속해서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주요점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볼륨 확대에 나선다. 다음 달 더현대 서울에 루이비통이, 판교점에 디올이, 더현대 대구에 부쉐론이 각각 문을 연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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