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고(故) 이우영 작가와 캐릭터업체 간 사업권 계약이 그동안 유효했지만 현재는 해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9일 캐릭터업체 형설앤과 장모 대표가 이 작가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내렸다.
재판부는 “이 작가와 형설앤 사이 계약 효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라며 “형설앤이 더이상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과 광고물 등을 생산·판매·반포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업권 계약이 해지되기 전 이 작가 측의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었던 것을 지적하며 이 작가 측이 장 대표에게 손해배상금 7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 작가 측은 이 사업권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므로 전면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이 작가 유족의 변호인은 “‘검정고무신’이 결국 이 작가의 유족 품에 돌아왔음이 확인됐지만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2심에서 충분히 다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만화인 ‘검정고무신’은 고 이우영 작가가 동생 이우진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창작자인 이들은 형설앤과 사업권 계약을 맺고 ‘검정고무신’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장 대표와 함께 등록한 바 있다. 그러나 저작권과 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분쟁이 벌어졌다. 형설앤 측은 지난 2019년 6월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책을 허락없이 그렸다며 2억8000여만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고통받던 이 작가는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형설앤 측에 불공정행위를 멈추고 미배분된 수익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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