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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 군사협력 대응에 “중국도 역할 해 달라”… 한미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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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공동취재) 2023.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공동취재) 2023.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외교수장이 9일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동시에 북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당국의 ‘건설적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의 연이은 ‘불법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다극화’와 ‘신(新)냉전’ 구도 심화 등 때문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결국 현 상황을 타개할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최근 러북 간 불법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동향을 포함한 북한 관련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러시아 측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 장기화로 탄약 등 물자가 부족해지자 북한을 그 ‘공급선’ 가운데 하나로 삼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북한이 옛 소련으로부터 각종 군사지원을 받았던 만큼 현용 재래식 무기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군과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러북 간 거래 동향은 9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및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전후로 한층 두드러졌다. 특히 최근엔 러시아 측이 북한으로부터 무기·탄약류를 공급받는 대가로 정찰위성이나 위성용 우주발사체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해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 또한 이날 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이 같은 평가·분석에 러북 간 무기거래·군사기술 이전 등 협력은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며 한미가 이를 막기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압력”을 가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 간의 무기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로서 결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직접적 권한(거부권)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이행에 대한 책임 역시 ‘여느 국가들보다 크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거래 등을 통해 안보리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길을 택하면서 현실적으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특히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또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5년 만에 재개한 작년 이후 북한의 각종 도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때마다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한미외교장관회담. (공동취재) 2023.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미외교장관회담. (공동취재) 2023.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중·러 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그 자체로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해온 상황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엔 북한이 쏴 올리고자 하는 정찰위성용 발사체도 포함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건 러북 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 측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9월 러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측에선 중국·러시아·북한 등 3자가 함께하는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반미(反美) 전선’을 확장하려 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한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간 전방위 패권경쟁을 벌여온 미중 양국은 최근 고위급 소통을 늘리며 사실상 ‘공존’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과 다양한 차원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중국이 안정을 중시한다면 북한은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독특한 관계에 있는 만큼 (대북) 영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 또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임을 강조하며 “대북제재(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북한의 도발 중단, 대화 복귀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북 간 군사협력으로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협력 공간을 넓히려는 생각이 있는 건 분명하다”며 “더구나 러북 밀착이 중국으로선 편치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미중관계가 개선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중국 측에 기대할 수 있는 건 대북 문제에 관한 적극성의 변화 정도”라며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결의 논의 때 ‘거부권’ 행사가 아닌 ‘기권’ 입장을 표명하는 건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동의했던)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보리는 앞서 2017년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 제2356·2371·2375·2397호를 연이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시엔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또한 찬성했다.

즉,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 등 논의에서 러시아가 ‘나 홀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북·대러 압박 측면에서 적잖은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한미 당국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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