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주류의 구매와 배송을 허용했을 때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은 과도한 수량 주문 시 과음 관련 경고 메시지, 모든 구매 단계에서의 성인 인증 강화 등 충분한 조치가 확보된다면 주류의 온라인 판매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업계는 구매 전(全) 단계의 성인 인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에서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주류 구매 및 배송 허용 시 ‘미성년자 술 구매 증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77%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용이성에 따른 음주 빈도 증가(8%)’, ‘대형 온라인 판매채널 대비 소상공인 경쟁력 약화(5%)’ 등을 우려 사항으로 꼽은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데 있어 미성년자의 구매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하고 관리할지가 가장 주요한 쟁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51%가 주류통신판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가운데 미성년자의 구매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조치가 확보된다면 주류통신판매 허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68%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를 맡은 마크 켄트 스카치위스키협회(SWA) 회장은 책임 있는 유통 및 소비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켄트 회장은 “현재 영국은 증류소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에서 주류를 판매할 때는 물론 배송업체가 제품을 배송할 때까지 모든 단계에 있어 연령 확인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성년자는 물론 만취 또는 알코올 의존증 등 주류 소비가 금지된 소비자에 대한 배송을 제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잠재적으로 유해한 구매 패턴 또는 비정상적인 배송지를 분석해 평가하고, 사업자와 배달원, 소비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안전한 시장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근 10년간 11~15세 미성년자의 음주가 꾸준히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온라인 주류 플랫폼 사업자를 대표해 참석한 김민욱 데일리샷 대표도 주류 배달 수령 시 성인 인증을 도입하는 데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피력했다. 김 대표는 “기술 발달로 지문이나 얼굴 인식 등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고 있다”며 “배달된 물건을 수령할 때 앱을 통해 고객에게 생체인증을 요청해 성인인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류를 구매할 때 신분증 검사 등이 완벽히 이뤄지고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정확하게 청소년 주류 구매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면 현재 주류를 취급하는 도·소매업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지목된다. 현재 제조·수입→도매→소매→소비자의 경로로 유통되던 주류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제조수입자에서 소비자로 직접 유통되면 영세한 도·소매점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통 대기업이 자본과 물류비용의 우위를 기반으로 주류 통신판매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 중소 골목상권을 잠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누가 나가서 술을 사 먹겠느냐”며 “도소매 소상공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고, 결국 오프라인에서 술을 판매하는 모든 상인이 업종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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