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법원이 이혼한 부부의 반려견을 법적 자녀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콜롬비아 보고타 고등법원은 콜롬비아의 한 대학 학장인 하데르 알렉시스 카스타뇨가 반려견 ‘시모나’를 주기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이혼한 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는 동물도 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본 콜롬비아 법원의 첫 판결이다.
소송을 제기한 카스타뇨는 2021년 전처인 리나 마리아 오초아와 이혼한 뒤 반려견 시모나를 보지 못하게 되자 슬픔으로 인해 종종 소화불량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처에게 주기적으로 시모나를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이를 거절당하자 지난해 전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카스타뇨는 강아지는 가족 구성원이며, 전처가 이혼 이후 만남을 막아서 자신과 강아지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폈다. 또 그는 강아지 시모나 역시 이혼 이후 자신을 만나지 못해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강아지 시모나도 법적으로 카스타뇨의 ‘딸’로 여겨져야 하며 이혼 절차에서도 이에 맞게 다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시모나는 이혼 전까지 공식적으로 이 ‘다종 가족’의 구성원이었으므로 카스타뇨는 이혼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시모나를 주기적으로 만날 권리를 가진다는 판결을 했다.
앞서 콜롬비아 법원은 2016년 동물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감정을 지닌 생명체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인간에게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하고 이들에게 공포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판결도 했다.
WP는 카스타뇨의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이러한 과거 판결을 고려해 카스타뇨와 시모나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강아지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판결에 따라 카스타뇨는 앞으로 가정 법원에서 시모나와의 방문 일정을 조율할 수 있게 됐다.
이혼 시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은 유럽 법원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2021년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법원은 이혼한 부부가 키우던 개를 한 달씩 번갈아 돌보는 ‘양육권’ 분할 판결을 했다. 프랑스도 2014년 반려동물을 동산이 아닌 ‘살아 있고 느끼는 존재’로 취급하도록 법을 개정해 이혼한 부부가 반려동물에 대한 공동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