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북부에서 매일 4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교전 중지가 “국지적으로 특정 지역에만 적용되는 조치”이며 “전투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간인이 전투 지역을 떠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이동통로” 2곳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대형 병원 2곳 주변에서 격렬한 전투가 보고됐다.
한편, 팔레스타인 사람 수천 명이 가자시티와 다른 북부 지역에서 남쪽으로 대피하는 모습이 다시 한번 사진에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물자 공급과 지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하루에 구호 트럭 150대를 들여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UN)은 가자 지구에 반입되는 구호품 규모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해 “극히 일부”이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가자 지구 휴전을 거듭 호소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한 달 넘게 가자 지구에 폭격을 가했다. 약 2주 전부터는 하마스를 파괴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상 공세를 시작했다.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는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간주한다.
이 전쟁은 10월 7일 하마스 무장 정파가 국경을 넘어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 남부에서 1400명이 사망하고 240명이 인질로 잡힌 사건에서 시작됐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 보건부는 그 이후로 가자에서 1만800명이 숨졌고 150만 명이 피난길에 나섰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속에 숨어든 적과 싸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다”면서도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와 민간인을 구별하고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9일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알시파 병원 근처에 있는 하마스의 “군사 구역”을 급습해 “테러리스트” 5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알쿠드스 병원 근처에서 탱크가 발포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가자시티 북부 리말 지역에 위치한 알시파 병원에는 환자 약 2000명과 피난민 약 5만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가자시티 최대 규모의 의료 복합시설이다.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알시파 병원 이사는 이스라엘군이 3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병원 내 상황이 “모든 면에서 참담하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9일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는 어린이 2명을 동반한 남성이 등장해 남쪽으로 피난길에 나섰는데 이스라엘 탱크가 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현장에 7~8명의 유해가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밤새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미검증 영상에는 알시파 인근 거리에서 포탄 파편에 맞은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고 알려졌다.
IDF는 하마스가 알시파 지하에 지휘부를 설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마스와 병원 직원들은 이 주장을 부인했다.
탈 알하와 지역에서 남서쪽으로 2.3km 떨어진 알쿠드스 병원 주변에서도 9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하무다 무사(34)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쪽으로 1km 떨어진 해안에서 탱크 4대와 불도저 1대가 전진하는 것을 보고 이웃과 함께 병원 맞은편 건물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들이 인근 주거용 건물을 향해 맹렬히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총알이 쏟아지는 가운데 뒷골목으로 도망쳤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어요.”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연맹(IFRC)은 8일 인근 지역이 공격을 받아 환자와 피난민이 부상을 입었고 건물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또한 지난 8일 연료 부족으로 주 발전기가 작동을 멈춰 수술 병동, 산소 발생기, MRI 병동을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부 지역의 충돌·공습을 피하고 생존에 필요한 식수·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며칠 동안 북부에 머물던 민간인 수십만 명 중 일부가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다.
IDF가 살라 알딘 도로를 따라 와디 가자 강으로 이어지는 이동통로를 6일 연속 개방한 이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에 사람들이 통로를 따라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8일에는 6일보다 10배 많은 약 5만 명이 북부 지역을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IDF는 민간인에게 안전을 위해 와디 가자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지만, 수십만 명이 피난온 곳에서도 하마스가 있다고 알려진 지역에는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 내무부는 9일 데이르 알발라 중심부의 한 주택에 이스라엘이 공습을 가해 12명이 사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IDF는 이에 대해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
8일 이집트의 라파 통행로와 가자 지구를 방문한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는 분쟁 당사자 양측이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저지른 잔학 행위는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였으며, 계속되는 인질 억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함께 피해를 입힌 것도 전쟁 범죄에 해당하며,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강제 피난시킨 것도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으로 인해 특히 여성과 어린이가 숨지고, 불구가 되고,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해 행동하고 있으며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해 가자 지구를 “완전 포위”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식수·연료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UN의 경고를 부인하고,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 한 휴전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UN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파리에서 열린 가자 지구 회의에서 더 많은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라파를 통해 반입되는 물량이 “누가 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10월 21일 이후 총 756대의 트럭이 이집트에서 가자 지구로 넘어왔다. 전쟁 전에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 매일 평균 500대의 트럭이 가자 지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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