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중신궈지)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 강화 속에 80% 급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MIC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0% 급감한 9400만달러(약 1240억원)로 집계됐다. 3분기 매출은 15% 감소한 16억2000만달러(약 2조13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16억4000만달러)를 하회했다. SMIC는 3분기 연속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의 흥행이 SMIC의 매출 하락을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 견제 속 지난 8월 말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에는 SMIC가 네덜란드 업체 ASML의 장비를 이용해 만든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첨단 프로세서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그동안 대중국 수출이 제한되지 않았던 ASML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와 다른 회사 제품들을 조합해 해당 칩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에 놓인 SMIC는 성수기인 4분기에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나 이는 미국이 추가 제재를 고려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찰스 셤 애널리스트는 “서버부터 휴대전화까지 화웨이 기기에 대한 왕성한 수요는 중국산 칩에 대한 현지 지원을 강조하며 잠재적으로 SMIC가 기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이 문제로 남아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5% 감소했으며 상위 5개 제조사 중 작년보다 많이 판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블룸버그는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당국의 공공연한 지원이 SMIC의 수익을 증대할지 두고 볼 일이다”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SMIC는 이날 실적보고회에서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18% 늘어난 75억달러(약 9조9000억원)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출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자오하이쥔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인도될 장비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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