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창설 77년 만에 경찰기마대를 해체하면서 퇴역마 10마리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동물단체는 “이는 가장 쉽고 부도덕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경찰청은 내년 상반기 인사에 맞춰 기마대를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서울경찰기마대는 1946년 2월 경찰관 100명과 마필 90두로 발족해 77년 동안 활동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경찰기마대의 관리인력 감축과 역할 축소로 실질적인 운영이 어려워져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현재 보유한 말은 국가재산으로 경찰기마대 운영규칙 제21조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기마대는 창설 초기 서울 시내를 말을 타고 순찰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실제 전투에 나서기도 했다. 또 평창올림픽, G20 정상회의와 같은 국가 행사에서는 의전을 맡기도 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순찰차와 순찰 오토바이 도입 등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규모가 점차 축소됐다.
2017년 서울경찰기마대는 후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해 이번 폐지 결정은 더욱 충격적이다. 현재 서울경찰기마대는 경찰관 7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경찰은 현장 치안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기마대를 폐지하고 소속 경찰관들은 모두 타 부서로 보내기로 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경찰의 퇴역마 매각 결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말을 끝까지 책임지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마주한 서울경찰기마대는 매각이라는 가장 쉽고 부도덕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마대 폐지 후 남은 말에 대한 매각 기준과 사후 모니터링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말 거처를 위해 올바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앞서 서울경찰기마대가 퇴역마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경찰기마대는 지난 5년 동안 말 8마리를 노령·질환을 이유로 안락사시키거나 승마장, 사슴농장 등 불특정 다수에 매각해 왔다. 동물자유연대는 “퇴역마 2마리를 매입한 소유주는 말을 굶겨 죽여 처리하려 했던 전력이 있는 자”라며 “팔려 간 말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민단체 지적에 따라 퇴역마의 처우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면서 “퇴역마 복지를 위해 매각 특수 계약조건에 ‘인수자는 봉사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을 보장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특약사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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