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3 자율주행 챌린지’개최, 무인 자율주행 레이싱 열려
드라이버가 없는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레이싱을 펼쳐 제일 먼저 들어오는 팀이 승리
10일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건국대학교, KAIST, 인하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충북대학교 등 5개 대학 6개의 팀이 참가한 ‘2023 자율주행 챌린지’의 마지막 결전이 벌어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챌린지’는 국내 대학생들의 기술 연구 참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저변 확대와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대차그룹이 2010년부터 개최해 오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경진대회다.
마지막 행사였던 2021년에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구에서 열렸다. 실제 도로의 교통 환경에 적합하게 주행하는 차량을 가리는 대회를 펼쳤지만, 2년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는 더욱 고도화 된 기술 경쟁이 펼쳐졌다.
우선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완전 무인 상태에서 시속 180km 이상 제한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규칙이기에 초고속 상황의 자율주행 성능을 끌어올려야 했다. 게다가 다수의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함께 서킷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을 연출해 추월 기술은 물론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행사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기술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5개 대학 6개 팀이 최종으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결승 직전 퀄리파잉 주행 등에서 3팀의 차량이 사고를 내며 결승에 진출하지 못 했다. 이번 챌린지에 참가한 대학생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약 14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6개 팀이 모두 사고를 경험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사고로 망가진 자율주행 차량을 전시함은 물론 해당 차량에 들어간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자세한 센서 정보까지 기재해두었다. 이에 대해 성낙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실장(상무)은 “실험 과정에서 파손되는 차량 자체의 데이터가 너무 소중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했다”고 밝혔다.
결승전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좌측 코스 2.7km를 3대의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달리는 규칙으로 진행됐다. 총 10바퀴를 주행하는 대신, 최초 1랩은 시속 30km, 이후 4랩까지는 시속 100km까지 속도 제한이 있으며 일부 추월이 불가능한 구간도 있었다. 하지만 5랩부터는 아무런 제한 없이 경쟁하게 된다.
전날 진행한 퀄리파잉 주행의 랩타임에 따라 건국대학교 AutoKU-R팀이 폴포지션을 잡았으며 뒤를 이어 KAIST EureCar-R팀, 인하대학교 AIM팀이 그리드에 섰다. 대학생들은 차량을 그리드에 세우고 세팅 등을 확인한 후 모두 차량에서 내렸다. 모든 자율주행 차량에는 전자 신호를 통해 녹색, 황색, 적색 등의 플래그를 전달할 수 있다.
너무나도 생소한 드라이버 없는 레이싱 경기였기에 기자들 사이에서도 반신반의 했지만 흥미진진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그림자를 장애물로 인식해 제동한 경쟁 차량을 추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추월을 시도하는 경쟁 차량의 라인을 블로킹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율주행 차량도 있었다. 특히 건국대학교 AutoKU-R팀의 자율주행 차량은 고속 상황에서도 마치 프로 드라이버가 주행하는 듯한 레코드 라인을 보여주며 기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날 대회는 건국대학교 AutoKU-R팀이 우승을 차지했으며 KAIST EureCar-R팀이 두 번째로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인하대학교 AIM팀은 대회 중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위 팀에게 상금 1억 원과 함께 미국 견학 기회, 2위 팀에게 상금 3천만 원과 싱가포르 견학 기회, 인하대학교 AIM팀에는 상금 5백만 원을 전달했다. 이외에 사고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 한 3개 팀에게도 각 상금 3백만 원씩을 수여했다. 1등과 2등 팀에게는 추후 서류 전형 면제 등의 채용 특전 역시 제공된다.
우승팀의 나유승 건국대학교 AutoKU-R팀 팀장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거둬 기쁘다”며 “그간 연구하며 쌓아온 자율주행 기술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사장)는 “이번 대회는 기존 대회와 달리 고속에서의 인지·판단·제어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대회를 통해 선행 기술 경연의 장을 마련하여 앞으로 여러 대학이 선도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성낙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실장(상무)은 이번 대회에 대한 소감으로 “깜짝 놀랐다.”며 “이번 대회를 기획하면서 서킷에서 100km 이상의 속도로 동시에 레이싱을 펼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 내부 기술진과 의문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2년 뒤의 대회가 기대된다.”며 추후 진행될 자율주행 챌린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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