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화제를 모았던 JTBC ‘싱어게인’이 최근 3탄 방영으로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시청률도 1회 4.8%였던 것이 2회 6.7%, 3회 7.3%로 상승해 인기몰이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성공한 오디션에선 화제의 출연자들이 나온다. ‘싱어게인3’에서도 많은 출연자들이 잇따라 회자됐다. 일단 KBS ‘새가수’의 우승자인 류정운이 나와 놀라움을 안겼다. JTBC ‘팬텀싱어’ 1탄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도 등장했다. JTBC ‘슈퍼밴드’로 이름을 알린 홍이삭, 채널A ‘보컬플레이’ 2탄 우승자인 임지수, MBN ‘보이스킹’ 우승자인 리누도 등장했다.
이런 이들과 함께 과거 히트곡을 냈던 가수, 그리고 완전 무명 가수 등이 도전해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들려줬는데 여기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싱어게인’ 시리즈는 이미 1, 2탄을 통해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3탄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전체적으로 저조한 추세여서 더욱 우려가 컸기 때문에 이번 성공의 의미가 크다.
이 프로그램에 특별한 호응이 쏟아지는 건 ‘싱어게인’이라는 제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다. 어떤 이유로 노래를 못하게 된 사람들이 다시 한번 도전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래를 못하게 된 이유는 각자 다르다. 갑자기 아파서 무대를 떠났던 이도 있고, 데뷔는 했으나 히트곡을 꾸준히 내지 못해 잊힌 이도 있다. 타 오디션에서 우승까지 했어도 이름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여전히 무명인 이도 있다. 오래 전에 메인스트림 진출의 꿈을 꿨었지만 이루지 못하고 무명가수로 지내다가 이 프로그램에서 재차 도전하는 이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런 이들이 ‘싱어게인’에 모여 다시 한번 도전한다. 저 마다의 간절함이 담겼기 때문에 시청자도 무대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재도전뿐만 아니라 최초 도전도 있다. 젊은 가수 지망생들이 이 무대에서 가수의 꿈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그런 무대도 역시 시청자의 이목을 잡아끄는 진정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건 남 얘기 같지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꿨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좌절했던 이들의 재도전. 많은 시청자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성공은 소수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보통은 남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소시민의 삶을 살아간다.
‘싱어게인’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기 위해 도전하는 출연자들에게서 시청자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일어나고,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마침내 출연자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재도전뿐만 아니라 지망생들의 첫 도전도 그렇다.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기회를 잡지 못해 불안해한다. 저성장 경기침체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싱어게인’에 등장하는 젊은 가수 지망생들의 처지가 바로 젊은 시청자들의 처지다. 그래서 지망생에 대해서도 감정이입과 대리만족 현상이 나타난다.
이 프로그램은 각별한 음악적 감동도 전해준다. 한류 시대 이래로 아이돌 전성시대가 이어지면서 아이돌이 아닌 가수를 음악방송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오디션도 아이돌 오디션이 반복적으로 편성되면서 획일화됐다. 트로트 오디션으로 유의미한 다양화가 이루어졌지만, 젊은 시청자들 중엔 트로트 오디션 자체를 아예 안 보는 이들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싱어게인’ 시리즈가 트로트 이외의 다양한 음악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지난 ‘싱어게인’ 1에선 요즘 보기 드문 장발의 헤비메탈 싱어 정홍일이 등장했고, 2탄에선 여성 하드록 로커 윤성이 주목 받았다.
오랜 무명 세월을 겪은 이들이 ‘싱어게인’을 통해 마침내 유명의 위상으로 날아오를 때 시청자의 감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들이 들려준 록음악도, 기존 쇼프로그램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음악적 신선함을 안겨줬다.
이런 점들이 있기 때문에 ‘싱어게인’이 3탄까지 왔어도 여전히 사랑 받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오디션은 시청자에게 인간적 감동과 음악적 신선함을 안겨주는 젖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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