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가 10월까지 누계비로 7.6%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연간으로도 7%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 2년 연속 이 정도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때는 2009년이 마지막이다. 이른바 ‘MB(이명박 정부) 물가’ 시절이다.
이에 정부는 온 부처가 인플레이션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다만, 어느정도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MB정부 당시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역설적으로 물가는 MB정부 임기 말인 2012년이 돼서야 안정됐다. 물가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만으로 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회의론이 여기서 나온다.
1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10월 누계비로 7.6%를 기록했다. 연초에 비하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5개월간 하락폭도 매달 0.2~0.3%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연간 7%대의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8%에 이어 2년 연속 7%를 상회하는 것이다. 그러면 불과 2년 사이 가공식품 물가가 15% 가량 높아진다.
가공식품 물가는 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준다. 대부분 품목이 우리 식탁에 올라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라면과 빵 소비자물가는 누계비로 모두 10.1% 상승했다. 식용유(11.2%), 아이스크림(11.5%) 등도 10%대를 상회했다. 치즈는 23.1%나 급등했다.
직접 가격 지표로 봐도 가공식품 값은 크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 가운데 13개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햄 10g당 가격이 지난해 10월보다 37.7%나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케첩(100g·36.5%), 된장(100g·29.6%), 간장(100mL·28.6%), 참기름(10mL·27.8%), 카레(10g·25.4%), 마요네즈(100g·24.1%)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물가관리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면·빵·과자·커피·아이스크림·설탕·우유 등 7개 먹거리 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15년 전 MB정부 시절이 회자된다. ‘MB물가’ 대책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등장했다. 당시 유가가 뛰고 국제원자재 가격도 급등하자 민생 안정과 밀접한 52개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해당 품목의 지수 평균은 MB물가지수가 됐다.
2012년엔 정부가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당시 농식품부 먹거리 물가 관리 대상은 쌀,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가공식품 등이다.
다만, MB물가 정책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리가 아닌 수단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 속에서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을 억누르면 반발력도 커진다. 억제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폭등세만 부추길 수 있다. 실효성이 없고, 시장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실제로 물가는 MB정부 내내 안정되지 못했다. 2007년 10월 처음 3%대에 진입한 물가는 약 20개월 2009년 5월(2.7%) 2%대에 안착하는듯 했으나, 약 2분기만인 2010년 1월 다시 3.5%로 뛰었다. 이후 내내 정부를 괴롭히다 임기 말인 2012년이 돼서야 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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