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종노릇’ 발언에 보험도 상생 바람
한방 치료비 합리화 위한 제도 정비
자차를 소유한 운전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에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손해보험사의 호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국토교통부에서는 한방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손보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크겠지만, 현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감안하면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대형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면서, 내년 보험료를 최대 2%가량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20조8397억원이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봤을 때 2% 인하시 수익 4168억원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에 나서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상생금융 확대 기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 파장이 커지면서 은행권에 제2차 상생금융 바람이 불자 보험업계에서 제시한 방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참모진이 최근 민생 현장을 찾아 청취한 내용을 소개하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반면 국토부는 교통사고 한방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히면서 손보사에 당근을 건네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및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업무 처리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비를 합리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으로 한의원 등은 자동차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에게 처방할 약을 사전에 조제할 수 없으며, 1회 최대 처방일수는 현행 10일에서 7일로 조정된다.
또 경상 환자에 대한 약침 시술 횟수 기준을 구체화해 의사의 과잉 진료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0∼1주간은 매일 침을 놓을 수 있으나 2∼3주 때는 주 3회, 4~10주 주 2회, 10주 초과시 주 1회 이내로 침을 놓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약침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약침액은 무균·멸균된 것을 사용하도록 하며, 약침 내역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한의원이 진료비를 청구하는 경우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약침 조제내역서를 꼭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300~500억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 채찍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겠지만 최근 안정화되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감안하면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대형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올해 9월 누적 손해율은 ▲삼성화재 78.9% ▲DB손해보험 77.9% ▲현대해상 78.2% ▲KB손해보험 78.1%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선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이보다 낮아야 이익을 낸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보험계약자가 돈을 내야 하는 보험사 상품 특성상 상생금융 상품을 출시해도 고객에게 큰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며 “의무 보험인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 하에 협의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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