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띄운 ‘중진 험지 출마론’이 여야 중진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논의 초반에는 여야 정치권에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측근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7일 MBC 라디오) 그가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한 결단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고, 실제로 민주당 소속인 6선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다른 여야 중진들의 동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여당에선 공개적인 혁신위 희생 권고 거부도 나왔다. 대구 지역 5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대구시 의정 보고회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총선기획단 위원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를 “관망의 상태”라고 봤다. 윤 의원은 지난 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쉽게 말해서 어떤 얘기가 딱딱 나왔을 때 그 얘기에 즉시즉시 반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3, 4, 5단계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라며 “그런 이야기를 종합해서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중 모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혁신위의 제안은) 통합과 희생인데 통합은 모두가 찬성하지만, 희생의 문제는 사실 개인 한 명 한 명의 의사 결정과 관련돼있다”며 “(동참 선언을) 아직 안 하는 것이지 앞으로도 영원히 안 한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다음 단계를 보고 여유 있게 문제를 풀어가는 해결방식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 내 ‘불출마·험지 출마’ 결정 시한은 올 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권고도 전에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8일 BBS 라디오에서 “아무리 늦어도 혁신위 활동이 끝나기 전이어야 한다. (의원들이) 연내로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요한 혁신위의 활동 기간은 오는 12월24일까지다.
야당에서는 김두관 의원이 지도부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폈다. 김 의원은 9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나와 “한 지역에서 선택받았던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게 꼭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한다. 국민의힘 같은 경우 영남에서 다선을 해도 수도권에 오는 것을 굉장히 주저하지 않나”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당 지도부부터 험지 출마하겠다는 각오로 해야 다선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통령 심판론이 정권 안정론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지지를 많이 받고 있고 대통령 지지율도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걸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면서 혁신 경쟁에서 민주당이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지도부의 동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가더라도 밀려서 가는 건데 바람직하지 않다”(지난 7일 KBS 라디오)고 비판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생각으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서도 “요구가 있다면 충분히 검토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주문이 없었다”(8일 CBS 라디오)고 밝혔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4선 정성호 의원은 “험지 출마는 사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소리”라며 “낯선 데 가서 죽어라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험지 출마 요구를 내쳤다.
정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여야 중진들의 험지 출마는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용산과의 교감 하에 그런 말씀을 하시겠지만 실질적으로 결과는 그렇게 못 만들어낼 것”이라며 “제가 아는 여당의 당내 분위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공정하게 공천해서 자연스럽게 물갈이되도록 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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