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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美 80년만 ‘2개의 전쟁’…양면전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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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한 달을 넘기면서 이제 3년째를 향해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이중 전선을 구축하게 됐습니다. 양쪽 모두를 지원해야 하는 미국 정부는 대선 1년을 앞두고 매우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는데요.

미국 정부가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2개 전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태평양 전선을 치른 이후 80여년 만인데요.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하나의 전선이라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전선의 전쟁을 한꺼번에 치러야 하는 다면전 상황에 놓인 국가들은 아무리 강대한 국가라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곤 했는데요. 양면전만 전개되도 막대한 병력과 물자가 소모되기 때문에 국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줬기 때문이죠.

이번 시간에는 현재 미국이 처한 ‘2개의 전쟁’ 상황을 살펴보면서 과거부터 수많은 강대국들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했던 양면전, 다면전에 얽힌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美 우크라에 평화협상 압박…2개 전쟁 지원 벅차”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안을 논의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해당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에서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양보안이 필요하다고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우크라이나 역시 국제사회의 모든 관심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 쪽으로 쏠리자 미국과 서방에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파트너 중 누구도 러시아와 대화하고 무언가를 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고 NBC 방송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중동의 전쟁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세계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 이것이 러시아의 목표”라고 밝혔죠.

하지만 중동과 유럽, 2개의 전쟁을 동시 지원해야 하는 미국 정부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제도 매우 어렵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서민 물가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2개의 전쟁을 지원하는 건 지나친 부담이라는 것이죠.

여론조사 업체 갤럽이 지난달 미국의 성인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1%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해당 질문에 대한 응답률은 29%였던 것에 비해 크게 올라간 것이죠. 또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더라도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43%로, 지난 6월 36%대비 크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동시에 2개 전쟁을 지원하게 된 것은 2차대전 이후 80여년 만에 이뤄진 일이라 미국 정부도 적잖은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전쟁이 벌어진 지역, 문화, 역사 등이 전혀 다른 유럽과 중동 전쟁에 잘못 휘말릴 경우 과거 여러 강대국처럼 국력이 크게 손실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몽골·조선·운남 3면전 치르고 파산한 명나라

과거부터 여러 전선을 한꺼번에 치러야 하는 다면전쟁은 국력을 크게 손실시키고 잘못하면 국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는데요.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는 국경을 마주하지 않은 국가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바로 마주한 국가와 전쟁을 벌이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다면전에 휘말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는데요. 장기간에 걸친 다면전이 국가멸망으로까지 이어진 역사적 사례도 존재합니다. 바로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줬던 16세기 명나라의 경우였죠. 당시 인구 1억5000만명에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손꼽히던 명나라였지만, 한꺼번에 터진 3개의 전쟁을 치러내면서 재정이 파탄 나게 됩니다.

조선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인 1592년, 명나라에는 3개의 전쟁이 한꺼번에 터집니다. 당시 이 3면 전을 이끌었던 황제인 명나라 13대 황제 만력제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하여 ‘만력3대정(萬曆三大征)’이라 불리죠.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과 함께 다른 2개의 전선이 함께 열리면서 막대한 재정손실이 발생한 명나라는 이후 국력이 크게 쇠약해지게 됩니다.

만력3대정의 첫 번째 전선은 1592년 2월에 몽골지역에서 발발한 ‘푸베이(?拜)의 난’이었습니다. 보통 반란이 일어난 지역의 지명을 따서 ‘영하(寧夏)의 난’이라고 불리죠. 해당 반란은 원래 명나라에 투항했던 몽골족인 푸베이란 장수가 몽골지역을 통합해 일으켰던 반란으로 8개월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수습됐습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파병을 왔던 이여송(李如松) 장군이 총괄했던 전쟁이었죠.

해당 반란이 진압된 직후 이여송 장군이 이끄는 명군은 바로 임진왜란이 발발한 조선으로 파병됩니다. 7년간 이어진 조선으로의 군대 파병과 함께 만력제는 조선의 물자 공급을 위해 산둥성 일대에서 100만석의 곡식을 매입해 조선에 지원해주게 됐죠.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명나라 재정에 엄청난 손실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이 이어지던 1597년에 오늘날의 윈난성(雲南省·운남성) 일대 지역인 파주(播州)에서 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군벌인 양씨 가문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당시 파주의 지배자인 양응룡(楊應龍)의 이름을 따서 ‘양응룡의 난’이라고 불리죠. 이 전쟁은 1600년까지 이어집니다. 명나라는 연달아 한꺼번에 몽골, 조선, 운남 3개 지역에서 대전을 치르게 된 셈이죠.

결국 3면전은 모두 명나라가 수습은 했지만, 이로 인한 만성적인 재정적자는 명나라의 멸망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1620년, 만력제가 사망한 이후 불과 24년 뒤에 명나라는 청나라에 의해 멸망하게 됐죠. 재정적자로 군대의 보급품 지급이 어려워졌고, 요동 지역 원정 계획 또한 재정부족으로 몇차례 취소되면서 결국 청나라의 확장을 막지 못하게 된 것이 명나라의 붕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역사(History)2 : 양면전 강요받은 독일과 2개 전선서 싸운 미국

다면전이 국가의 막대한 재정부담으로 연결된 것은 현대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1·2차 세계대전에서 서부, 동부전선의 양면전을 수행해야 했던 독일은 2개 전선을 감당하다가 군수물자 부족이 심화하면서 패망하게 됐죠. 특히 2차대전 당시에는 소련과의 동부전선에서 막대한 전력 소모가 일어나면서 전황이 뒤집히게 됩니다.

독일의 동맹이었던 이탈리아와 미국을 참전시킨 일본이 전선을 무리하게 확장한 것도 패망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1940년 10월 전쟁에 참전한 이탈리아는 이집트와 그리스 등을 침공하고 프랑스 남동부 산악지대를 공격하며 무분별하게 전선을 확장해나갔지만, 모두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역으로 독일이 이탈리아 대신 이 전선들을 정리하면서 전력이 분산되는 손해를 입게 됐죠.

동서남북 방사형으로 전선을 넓혀가며 다면전을 수행하던 일본 역시 막대한 병력, 물자 손실을 겪다가 참패하게 되는데요.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를 제대로 끝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필리핀과 동남아시아로 전선을 확장했고, 이후 1941년 진주만 공습을 하면서 미국과의 전선까지 열어버립니다. 스스로 다면전 상황을 만든 셈이죠.

이로 인해 2차대전 참전에 부정적이던 미국의 여론은 순식간에 참전으로 뒤바뀌게 됐습니다. 미국은 이후 유럽전선과 태평양전선을 동시에 치르는 양면전을 치러냈고, 2개의 전쟁을 모두 승리해내면서 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게 됐죠.

◆시사점(Implication) : 美 ‘2개의 전쟁’ 전략 복귀 논란

이후 80여년 만에 만난 2개의 전쟁을 두고 미국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폐기된 2개 전선 유지 전략인 ‘윈홀드윈(Win-hold-win)’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윈홀드윈 전략은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당시 미국의 핵심 패권 지역인 중동과 동북아시아 일대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2개 전선에서 모두 승리할 전쟁 역량을 갖추자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너무 막대한 전비가 소모된다며 폐기됐습니다.

이후 미국의 전쟁 전략은 하나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한곳의 분쟁을 억제한다는 ‘원 플러스(One Plus)’ 전략으로 축소됐는데요. 이를 주도했던 인물이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지낸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병력 감축을 주도한 지 불과 11년 만에 이제 다시 병력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게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죠.

미국의 대선까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2개의 전쟁 전략 문제는 앞으로 미 정계의 뜨거운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입니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부닥쳐있는 미국이 다시 ‘세계의 경찰’을 맡는 상황을 미국 국민들이 이해해줄 것이지 여부에 따라 미국의 대선은 물론 전 세계 안보 상황도 크게 뒤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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