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레칼레 GT’ 외관. 서재근 기자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프리미엄 브랜드 마세라티가 올해 꽤나 파격적인 도전을 했다. 자녀를 등교시키거나, 출퇴근에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일리 SUV’를 내놓은 것. 그것도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이 안되는 가격(GT 버전 기준)에 말이다.
‘강력한 지중해의 북동풍’이란 뜻을 가진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그레칼레 G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레칼레는 지난 2016년에 마세라티가 출시한 브랜드 최초 SUV 르반떼에 이은 두 번째 모델로 ▷기본형인 ‘GT’ 버전 ▷330마력의 4기통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된 ‘모데나’ 버전 ▷MC20 네튜노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530마력의 고성능 V6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트로페오’ 버전으로 출시됐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GT’ 측면(위쪽부터 시계방향), 후면, 전면 디자인. 서재근 기자 |
이 가운데 기본형인 ‘그레칼레 GT’를 시승했다.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면부는 ‘르반떼’의 예리하면서도 날렵한 이미지 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짙다. 마세라리 특유의 안쪽으로 살짝 페인 전면부 그릴에 중앙에 자리잡은 큼지막한 삼지창 디자인이 아니라면, 동그란 눈망울 같은 헤드램프 디자인이 오히려 포르쉐 마칸과 형제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시승을 하면서 만난 꽤 많은 ‘차알못(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레칼레 GT’를 보면서 “오! 포르쉐야?”, “가격은? 억소리나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디까지나 ‘차알못’의 평가이고, 가격이 모든 가치의 척도는 아니지만 부드러우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만큼은 ‘닮은꼴’이 맞는 것 같다.
측면은 정통 SUV와 비교해 더 낮고, 긴 비율이 차량의 이름 그대로 ‘강력한 바닷바람’처럼 잘 달릴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후면은 주지아로의 3200 GT에서 영감을 얻은 부메랑 테일레이트가 강렬한 이미지를 살린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GT’ 실내. 서재근 기자 |
실내는 곳곳마다 ‘새로 나온 차’라는 점을 강조하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센터패시아 상단에 자리한 디지털시계, 클래식 클러스터와 중앙의 새로운 12.3인치 패널, 공조 등 추가 제어 기능이 포함된 8.8인치 컴포트 패널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적용한 디지털시계의 기본 디자인은 클래식한 원형의 형태를 채택했지만, 내부 디스플레이는 사용자 설정에 따라 나침반이나 G-포스 미터로 바꿀 수도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수해 온 마세라티의 고집을 생각하면, 꽤나 큰 폭의 변화이자 색다른 시도일 수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 독일의 벤츠, BWM에서 최근 출시한 차량을 타본 사람이라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차량의 가격,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할 때 아쉬운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스텔란티스 컴패니언 앱’을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티맵 오토, 일정 속도 이하에선 작동되지 않는 ‘차선 유지 보조 기능’ 등이 그렇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GT’ 실내외 디자인 요소. 서재근 기자 |
그러나 이런 아쉬움도 가속페달을 밟고 나면 쉽게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레칼레 GT’의 파워트레인은 1995cc 4기통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결합한 형태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5.9㎏.m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6초다. 제원상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에서 차고 넘치는 동령성능을 갖췄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을 때 몸이 확 젖혀지는 역동성까지는 아니지만, 1970㎏의 차체가 오르막길에서도 막힘없는 가속력을 유지하고, 골목길이나 코너 구간에서도 조향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인다. 서스펜션은 확실히 단단한 편이지만,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2열 공간은 신장 180㎝인 성인 남성이 편안한 자세로 앉았을 때 주먹 한 개 반 정도가 들어갈 크기의 공간이 남는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앉았을 때 체감할 수 있는 공간감이 확실히 컸다.
트렁크 용량은 535ℓ로 2열을 접었을 때 여유로운 차박을 허락할 만큼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모자람 없을 만큼의 충분한 활용성을 보장한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GT’ 2열 공간에 앉았을 때 성인 남성 주먹 1개반에서 2개 정도의 무릎공간이 확보된다. 서재근 기자 |
마세라티 ‘그레칼레 GT’ 2열을 접고 캐디백을 넣은 모습. 서재근 기자 |
다만, 차량을 구매하기 전에 한 가지 꼭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트렁크의 경우 2열 폴딩없이 캐디백을 넣을 수 없다. 가로는 물론 심지어 대각선으로도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좌우 어느 한쪽의 의자라도 반드시 접어야만 한다는 얘기다. 브랜드 포지션을 고려할 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만일 골프 마니아라면, 차량 구매 전에 꼭 직접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레칼레 GT’는 전장과 전폭은 각각 4850㎜, 1950㎜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더 작은 제네시스 ‘GV70’(전장 4715㎜, 전폭 1910㎜)의 경우 2열을 접지 않고도 캐디백을 최대 2개까지 무난하게 실을 수 있다.
‘그레칼레 GT’의 가격은 9900만원이다. 상위 두 버전인 ‘모데나’는 1억3300만원, 고성능 ‘트로페오’의 가격은 1억6900만원으로 모두 1억원이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마세라티’라는 브랜드 가치가 제공하는 하차감, 우아한 디자인과 모자람 없는 성능을 고려한다면, ‘그레칼레 GT’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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