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호르몬 요법을 받으며 여성의 정체성으로 생활하는 남성의 예비군 훈련 의무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적으로는 남성으로 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의 성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남성 예비군들과 훈련받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본 것이다.
광주지법 행정1부(박상현 부장판사)는 12일 A씨가 광주·전남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병역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2016년 현역병으로 입대했으나 군 복무 적응 곤란자로 분류돼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전역 후 A씨는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여성 호르몬 요법을 받으며 사회에서 여성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후 A씨는 “2019년부터 받아오던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병역 처분 변경 신청을 냈으나, 병무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사회적·신체적으로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남성 예비군들과 함께 훈련받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다른 성전환자들의 경우 훈련이 면제됐기에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2년 이상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며 여성으로 살아가려 한 이유가 오로지 예비군 훈련을 면제받을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성별 불일치로 예비군 훈련을 면제하고 전시근로역 처분 대상인 신체 등급 5급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는 성별을 법적으로 변경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기준을 두고 있으나,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이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하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만 18세부터 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다. 전황이 불리해지면 이들을 언제라도 예비군으로 징집할 수 있게끔 한 조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성전환을 했지만 법적으로 기존의 성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성이 됐지만 법적으로 아직 남성인 사람은 영토 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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