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단지에 있는 CJ대한통운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한국 주변 국가들로 향하는 제품을 미리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포장·발송하는 물류센터다. GDC 안에는 ‘정글짐’처럼 16개 층으로 쌓인 보관공간이 자리했다. 이곳엔 7만6000개 바구니와 3만 종류의 제품이 보관돼있다. 140개 빨간색 로봇들이 공간 맨 위를 움직이며 물건이 담긴 바구니를 찾으러 다닌다. 8층에 있는 바구니를 어떻게 꺼내는가 봤더니 미리 다른 로봇이 7개 바구니를 다른 곳에 옮겨 놨다. 로봇이 물건이 담긴 바구니를 꺼내 작업자에게 건넸다. 작업자가 제품을 상자에 옮겨 담은 후 제품은 컨베이어를 따라 포장된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다.
CJ대한통운이 인천 GDC를 약 6264㎡(1895평) 증축하고 그곳에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국내에서 실제로 운용하는 곳은 CJ대한통운이 유일하다. 회사는 이곳을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전진기지로써 활용해 더 많은 고객사를 유치하고 타사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GDC는 500만개 이상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물류센터다. 아시아 물류기업 GDC 중 가장 큰 규모다. 배를 통해 미국에서 온 제품을 GDC에 보관했다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등 4개 국가 소비자가 주문하는 즉시 포장해 항공으로 운송한다. 말하자면 일본 소비자들이 미국 사이트에서 주문했더라도 미국에서 물건이 출발한 게 아닌 한국에서 출발한 물건을 받는다. 이 방식은 물류비는 물론 배송 시간도 단축한다. CJ대한통운은 현재 건강 보조제 쇼핑몰 아이허브(iHerb) 제품을 이같이 배송하고 있다.
최근 회사가 들여온 오토스토어 시스템은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로봇이 실시간으로 움직여 물건이 담긴 바구니를 꺼내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작업자 앞에 있는 화면에 물건 크기, 개수에 맞는 박스가 내려온다. 해당 박스에 전달받은 물건을 소비자가 주문한 정보에 맞춰 넣는다. 이 시스템은 재고도 스스로 재배치할 수 있다. 로봇이 돌아다니며 주문량이 많은 물건을 16단 보관공간에서 가장 위쪽에 배치해 놓는다. 고정식 철제 선반에 보관하는 ‘랙’ 방식과 비교할 때 공간 효율성은 4배 향상되며 출고처리 능력도 2.8배 증가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오토스토어 외에도 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퀵 피킹 시스템(QPS·Quick Picking System)도 물류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박스 접는 기계가 제품 종류와 수량에 맞춰 박스를 접어준다. 여기에 주문 정보가 담긴 바코드가 찍힌다. 주문 정보가 입혀진 박스들이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다. 작업자 앞에 멈춰 서면 작업자는 화면에 표시된 주문정보를 확인 후 제품을 찾아 넣는다. 박스 도착과 동시에 제품이 있는 선반의 램프가 점등돼 쉽게 물건을 찾을 수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QPS를 출고율이 높은 제품들에 적용하고 있다. 입고장에서 바로 물건을 가져가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출고율이 낮은 물건은 오토스토어를 통해 보관하고 빠르게 출고시킨다.
회사는 인천 GDC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아이허브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GDC를 만들고 있다. 이 GD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9개국의 물류 배송을 담당할 예정이다.
GDC를 기반으로 전 세계 CBE(Cross Border Ecommerce·초국경택배) 물류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물류 리서치 업체 TI(Transport Intelligence) 자료를 보면, 글로벌 CBE 시장 규모는 2021년 97조원에서 2026년 178조원으로, 약 8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한국도 1조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약 21.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아이허브 외에도 다른 고객사 유치에도 전념하고 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 운영 팀장은 “GDC에 관심이 있는 해외 글로벌 업체들이 있고, 실제로 접촉하고 있는 고객사가 여러 군데 있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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