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시장이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산차보다 할부나 리스 구매 비중이 높은 수입차 특성상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21만90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2만1900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올해 수입차 시장은 2019년(-6.1%)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2019년은 BMW 연쇄 화재, 일본 제품 불매 등 수입차 시장을 둘러싼 여러 악재가 터진 이듬해다.
수입차 시장은 2020년 이후 고급차 열풍을 등에 업고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에는 28만3435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주요 브랜드 인기 모델은 계약 후 1~2년을 기다려야 출고할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수요가 넘쳤다.
상황은 올해 들어 반전됐다.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다수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가 크게 줄었다. 올해 1~10월 기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독일 고급차 3사 BMW(6만2514대)와 메르세데스-벤츠(6만988대), 아우디(1만5258대)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4.4%, 1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중차 브랜드는 감소 폭이 더 컸다. 폭스바겐(7819대)와 지프(3632대), 포드(2762대)가 각각 30.0%, 39.4%, 34.3% 줄었다. 혼다(1047대)는 62.8% 급감하며 전체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악재 속에도 일부 브랜드는 소비자 선호도 유지와 신차 효과 등을 바탕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거둔 곳도 있다. 올해 1~10월 볼보는 전년 대비 37.7% 성장한 1만3770대, 포르쉐는 38.1% 늘어난 9690대를 판매했다. 볼보와 포르쉐는 올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
판매가 부진한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은 연말까지 판촉을 위해 차량 가격의 최대 두 자릿수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 역대급 파격 혜택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시장 분위기를 당분간 성장세로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할부와 리스 등 금융상품을 통한 구매 비중이 국산차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라며 “고금리 장기화 여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