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수 이슬람 단체들이 오는 15일 영국의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자카르타 공연을 앞두고 공연 반대 시위를 벌였다.
12일(현지시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보수 무슬림 단체 ‘PA212’의 회원 약 100명이 자카르타 시내에 모여 오는 15일 자카르타에서 열릴 예정인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내용의 시위를 진행했다. 팻말과 현수막 등을 들고나온 이들은 “우리는 콜드플레이를 거부한다”,”알라는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주인도네시아 영국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선정적인데다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가 인도네시아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청소년을 타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공연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성소수자 권리를 비롯해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공연 때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무지개 문양의 ‘프라이드 깃발’을 흔들기도 한다.
“공연 강행 시 공항에 수천 명 집결” 경고도
PA212는 이슬람 정통주의·보수주의를 주장하는 단체다. 때로는 폭력 시위를 주도해 극단주의로 비판받기도 한다.
노벨 바묵민 PA212 사무총장은 “콜드플레이는 오랫동안 성소수자를 강력하게 지지해왔고 리더는 무신론자”라며 “우리는 그들의 캠페인과 공연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으면 밴드 멤버들은 공항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는 이번 공연의 기획사와 영국 대사관 측에 콜드플레이가 자카르타 공연에서 성소수자를 주체로 한 행동이나 메시지를 내놓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공연 기획사나 밴드 측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레이디 가가·더 1975 공연 취소 전력도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로,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금기시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팝스타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2년에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자카르타에서 공연하려고 하자 보수 이슬람 단체들이 그가 동성애와 사탄주의를 숭상하는 ‘악마의 전령’이라는 이유를 들어 격렬히 반대했다. 결국 현지 경찰은 치안 문제로 공연을 취소시켰다. 또 지난 7월에도 영국 밴드 ‘더 1975’의 자카르타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이들은 자카르타 공연 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공연 도중 말레이시아 정부의 동성애 규제를 강하게 비난하고, 남성 멤버들끼리 키스를 하는 모습을 연출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