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매긴 올해 조직문화 진단 점수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는 의미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문화와 관련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휴식·평가·위계·소통, 괴롭힘 예방·대응·사후 조치 등 7개 영역 총 25개 문항에 대해 각각 점수(0~100점)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전체 문항의 평균 점수는 60.7점으로, 지난해 68.7점과 비교해 8점 하락했다.
가장 점수가 낮게 나타난 문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될 것 같다'(51.7점)로, 지난해 64.2점 대비 12.5점이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 밖에도 하위 점수를 받은 5개 문항 중 4개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 복귀해서 정상적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54.6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인정됐을 때 행위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54.7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징계, 따돌림, 소문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55.7점) 등 문항에 대한 점수도 모두 지난해보다 10점 이상 내려갔다.
이번 조사 결과, 직급에 따라 응답 내용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 사원은 25개 문항 중 21개에서 상위관리자에 비해 낮은 점수를 매겼다. 상위관리자들은 60점 이하를 준 항목이 전혀 없었으나, 중간관리자와 실무자는 10개, 일반 사원은 12개 항목에 대해 60점 이하라고 평가했다.
또 퇴근, 휴가, 병가 등 휴식 영역에 있어서는 직장 규모가 작고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점수 또한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5인 미만 기업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기 힘들다'(53.8점), ‘아파도 마음 편하게 쉬기 어렵다'(53점)에서 300인 이상 기업보다 10점가량 낮았다.
직장갑질119 권오훈 노무사는 “조직문화 조사 지표가 1년 만에 크게 하락한 것은 헌법 제32조에서 보장된 직장인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개정해 ‘성폭력 괴롭힘 등 노동인권 위험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의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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