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꿈을 크게 갖는 건 좋은 것이다.”
지난 9~10일에 강원도 원주 태장체육단지 야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훈련을 지휘하는 홍원기 감독은 한 발 떨어져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봤고, 또 각 파트별 코치들의 보고를 꼼꼼히 청취했다.
홍원기 감독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김혜성(24)이 화두에 올랐다. 김혜성은 올 시즌 137경기서 556타수 186안타 타율 0.335 7홈런 57타점 104득점 25도루 OPS 0.842 득점권타율 0.314를 기록했다.
최다안타와 득점 2위, 타율 3위, 출루율 5위(0.396), 도루 8위로 이정후가 시즌 도중 부상으로 물러난 타선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했다. 비록 도루 외에 타격 타이틀을 갖겠다는 목표는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상당수 지표가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그 결과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6.48로 리그 3위였다. MVP 레이스를 펼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 7.31), 노시환(한화 이글스, 6.83) 바로 다음이었다. 팀이 최하위였을 뿐, 김혜성 역시 커리어하이를 찍으면서 MVP급에 준하는 시즌을 보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예약했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집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 중앙내야수로 입지를 다진 시즌이었다.
그런 김혜성은 큰 꿈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도, 시즌 중에도 기자에게 한 차례 언급했다. APBC 대표팀 훈련 도중에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김혜성이 더 이상 ‘아무나’는 아니다.
장타력에 대한 약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컨택, 주루 및 도루, 수비력, 멀티포지션 소화 등 쓰임새가 다양한 점이 최대 강점이다. 팀을 잘 만나면, 오히려 올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는 절친 이정후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시선도 있다. 단, 타격의 폭발력을 좀 더 꾸준히, 더 강력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어쨌든 김혜성은 2024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에 입찰할 자격을 얻는다. 키움은 아직 이에 대해 선수 측과 전혀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단, 이정후의 경우 2022시즌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메이저리그 꿈을 밝혔다.
키움은 구단 역사가 말하듯, 선수의 해외진출에 관대하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정후 포스팅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1년 뒤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도 허락할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된 건 없다. 사실 김혜성이 시기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기 때문에, 꼭 ‘1년 뒤 허락’이라고 전망하기도 어렵다. 2년이 지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은 해결했다.
홍원기 감독과 자연스럽게 김혜성에 대해 얘기하자,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드림’을 이미 아는 눈치였다. 당연히 홍원기 감독이 뭐라고 결론 지어 얘기할 수 없는 입장. 홍원기 감독은 그저 웃으며 “선수가 꿈을 크게 갖는 건 좋은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애제자의 목표 의식에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이정후의 포스팅은 한국시리즈 직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김혜성의 거취도 멀지 않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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