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이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전초기지 총 11곳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고국에서 난 전쟁을 피해 이스라엘로 피란 갔다가 다시 전쟁을 맞닥뜨려 귀환한 우크라이나인의 기구한 사연들이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출신인 테티아나 코체바(39·여)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스라엘의 해안 도시 아슈켈론으로 피란 갔다. 아슈켈론은 가자지구에서 고작 10㎞가량 떨어져있다.
남편이 과거 이스라엘에서 일한 적 있고, 자신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그곳에 가면 세 아이와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주민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1만명에 달한다. [연합] |
그러나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후 발발한 전쟁으로 1만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코체바는 전쟁을 피해 다시 달아나야 했다.
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죽는다면, 최소한 내 고향에서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코체바는 지하실에서 열흘을 보냈고, 5개월 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떠났다.
그곳에서 새 삶을 꾸렸지만, 하마스의 공격에 그는 다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이렌과 폭발음이 계속해서 들리고, 밤에는 대피소에서 잠을 자는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코체바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고국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무서웠다.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 중부 지역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르키우도 여전히 전쟁통이다.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긴 하지만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사이렌도 여전하다.
하지만 일단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곳을 걷는다, 내 조국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행복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난 안나 리아쉬코(28·여)와 8살짜리 딸 다이아나도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돌아온 경우다. 이들은 작년 3월 러시아의 침공 첫 주에 이스라엘로 옮겼다.
리아쉬코는 “딸이 너무 무서워해서 떠나기로 했다”며 친척이 있는 이스라엘로 갔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자 러시아의 침공이 있었던 작년 2월 24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 환자들이 누워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와 로이터 통신 등은 해당 병원의 환자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했다고 11일 전했다. [연합] |
그는 “누군가 아침에 전화를 걸어 ‘안나, 전쟁이 시작됐어’라고 말하는데 우크라이나에서와 똑같은 느낌이었다”며 “딸의 눈이 두려움에 차 있었고, 딸도 더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이들은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을 떠났다.
역시 전쟁 후 세 자녀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 이스라엘로 갔던 옥사나 소콜로프스카(39·여)도 최근 고국으로 돌아왔다.
히브리어를 할 줄 아는 그는 이스라엘을 목적지로 택했고, 텔아비브 인근 리숀 르치욘에 정착했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 믿었지만, 10월 7일 아이들과 함께 보호소에서 하루를 보낸 후엔 이스라엘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한 전쟁을 다른 전쟁으로 떠나보내기는 어렵다”면서도 “집에 돌아와 행복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침공 1년 9개월이 된 지금, 그는 “키이우의 상황은 이스라엘보다는 차분하다”며 “그게 내가 돌아온 유일한 이유”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들처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떠난 우크라이나인은 약 4천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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