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22년과 2023년 연속 퓰리처상 최종후보작에 올랐던 클로이 쿠퍼 존스의 에세이 <이지 뷰티>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선천성 장애 ‘천골무형성’을 지니고 태어난 여성이자, 철학자, 한 아이의 엄마인 클로이는 이 책에서 장애로 인해 수없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에 대한 치열하고도 다층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자신의 몸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장애인’임을 깨닫자 클로이는 본능적으로 이를 외면한다. 대신 학문적·정서적인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철학자들의 말 속에 숨어 지내는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다 과거 자신을 거부했던 공간을 비롯해 여러 곳을 여행하게 되면서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간다. 글자 수 1018자.
낯선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어깨에 힘을 빼고 그 사람을 힐끔 쳐다보았다. 키가 큰 남자였다. 그는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전시실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길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그의 시선에 강하게 묶였다. 그의 두 눈은 내 몸 전체를 훑은 뒤,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나에게 왔다가, 또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조심스러운 기색도 없이 위아래로 내 키를 가늠했다. 인간은 새로운 것을 보면 흥분한다. 그리고 나는 항상 새로운 그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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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키에 먼저 주목한다. 나는 키가 작으니까. 그러고 나서 그들은 나의 걸음걸이를 주목하고, 나의 몸이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과 두 발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나머지 신체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나의 척추는 휘어 있어서 등이 앞으로 굽는다. 나에게는 고관절이형성(hip dysplasia)’이라는 병이 있다. 나의 고관절들이 서로 잘 맞지 않아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관절의 둥근 공 같은 부분이 나에게는 없는 움푹한 곳을 찾으려고 뼈의 평평한 부분을 갈아댄다. 그럴 때마다 나는 통증을 느끼고, 온종일 그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깨어 있는 모든 순간에 통증이 연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엉덩이를 흔드는 힘으로 걷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좌우로 흔들린다. 만약 내가 머리를 길게 길러 하나로 묶는다면 나의 머리카락은 시계추처럼 세차게 왕복 운동을 할 것이다. 나는 천천히 움직인다. 계단에서는 느려지지만, 체중을 실을 난간이 있으면 계단을 올라갈 수는 있다. 나는 두 팔이 튼튼하고, 계단을 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턱걸이도 할 수 있다. 의학 용어로 나의 장애는 ‘천골무형성증(Sacral Agenesis)’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나에게는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뼈인 천골이 없었다. ‘agenesis(무형성)’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어떤 것이 생성되지 않았거나 생성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나에게 없는 천골, 나의 누락된 요소.
-클로이 쿠퍼 존슨, <이지 뷰티>, 안진이 옮김, 한겨레출판, 2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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