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깜짝 놀랐어요.”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LG 트윈스 데이터분석팀 노석기 팀장은 kt 투수들과 포수 장성우의 ‘뛰는 야구’ 대응에 놀랐다고 했다.
kt는 정규시즌 도루 저지율이 17.2%로 리그 최하위였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주자 견제 능력이 확실히 달라졌다. 플레이오프부터 그랬다. NC는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단 한 번만 도루를 시도했고 그마저도 실패했다.
0-3으로 진 3차전에서 6회 김주원이 2루로 뛰다 장성우에게 잡혔다. 0-2로 끌려가던 중이었고 상위 타순으로 이어진 기회라 득점권 기회를 만들면 추격하는 점수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었는데 김주원의 도루 실패로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다.
LG는 비록 성공률은 리그 최하위(62.2%, 9위 롯데 70.6%)에 머물렀을지 몰라도, 탁월한 출루율(0.361로 1위, 2위 NC 0.345)과 기회만 되면 도루를 시도하는 뛰는 야구로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16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그런데 7일 1차전에서는 사이드암투수 고영표를 상대로 6회까지 안타 7개 4사구 2개를 얻었으나 도루를 시도조차 못 했다. 뛸 수 있는 주자들이 자주 나갔는데도 그랬다. 박해민과 신민재가 고영표로부터 각각 두 차례 출루했는데 모두 1루에 멈춰있었다. 플레이오프부터 드러난 kt 배터리의 도루 대응이 좋은 결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노석기 팀장은 “kt 투수들이 다 퀵모션이 빨라졌다. 견제 타이밍도 다르고, 견제도 늘어났다. 시즌 중에는 야수들이 견제가 많으면 수비가 길어져서 싫어한다. 지금은 단기전이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LG는 kt의 준비를 눈치챘다. 지난 6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LG 염경엽 감독은 정규시즌과 단기전의 주루 전략은 달라질 거라고 예고했다. 그는 “한국시리즈는 더 신중하게 확률이 높은 도루를 시도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kt 이강철 감독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장성우 선수의 도루 저지는 확연히 다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노석기 팀장은 10일 “(kt 투수들의 슬라이드스텝이)플레이오프 때도 빨랐는데 지금은 더 빨라졌다. 깜짝 놀랐다. 고영표가 1.3초 안쪽이 나오더라. 단기전에서는 모든 팀이 그렇다. 우리도 맞춰서 준비했다. 정우영도 많이 빨라졌다. 큰 무대고 중요한 때니까 집중하다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리즈 초반부터 “(도루 대응 방법은)우리 팀 전략이니까 시리즈가 끝나고 말씀드리겠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대비를 정말 잘했다”며 선수단을 칭찬했다.
그래도 LG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신민재가 앞장섰다. 신민재는 8일 2차전과 10일 3차전에서 각각 한 차례씩 2루 도루를 노리다 실패했다.
신민재는 여전히 계속 뛰겠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퀵모션이 빨라진 것보다 견제 타이밍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정규시즌 때는 손 올리고 있는 시간이 일정했는데 지금은 길게 들고 있기도 하고 짧게 하기도 한다. (2차전 도루실패는)그때 4번의 그린라이트 사인이 나왔는데 잡혔던 네 번째가 가장 스타트가 느렸다”고 돌아봤다.
2회 연속 도루 실패는 신민재의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신민재는 LG가 15-4로 크게 이긴 11일 4차전에서 2회 2사 1, 3루 상황이 오자 또 한번 2루로 뛰었다. 다음 타자 홍창기의 타격감을 믿고 앞으로 달렸고, kt 엄상백의 초구가 시속 143㎞ 직구였는데도 2루에서 살았다.
LG는 7회 대주자로 나간 최승민의 도루까지 총 2차례 도루에 성공했다. 홍창기가 7회 한 차례 도루 실패를 기록해 지금까지 4경기 도루 마진은 2번 성공 3번 실패가 됐다. 5차전에서 고영표를 다시 만나는 만큼 이번에도 뛰는 야구로 상대를 흔들어 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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