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장관들의 잇따른 실언으로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장관들의 입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쟁 책임을 지고 내각이 물러나야한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전쟁 도중 내각이 불신임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열린 각료회의에서 장관들을 향해 “외교에 있어서는 모든 단어에 의미가 있다. 제발 모르면 말을 하지 마라”라며 “우리는 단어 선택에 매우 민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장관들의 잇따른 실언이 지지율 급락과 이어지면서 적극적인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장관의 발언은 전날 아비 디흐터 이스라엘 농업부 장관의 실언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흐터 장관은 이스라엘 현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가자지구의 나크바(Nakba)가 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여기서 나크바란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말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아랍전쟁 당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현재 이스라엘 영토에서 쫓겨나 피란민이 된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디흐터 장관의 발언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후, 주민들을 모두 축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러한 계획은 없으며, 개인적 견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미국과 서방국가 등 동맹국들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네타냐후 내각이 물러나야한다는 여론이 전체 76%로 나타난 가운데 극우 장관들의 잇따른 실언에 내각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장관들의 입단속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아미차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및 유산 담당 장관이 하마스와의 교전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가자지구에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이 없다”며 “핵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밝혀 이스라엘 안팎의 비난을 받았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엘리야후 장관을 모든 각료회의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고, 엘리야후 장관도 뒤늦게 은유적 표현이었다며 물러선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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