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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두번하면 기업은 나라 것”…재점화한 상속세 개편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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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과 기준 개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음 달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의 유족 상속세 납부를 위한 정부 물납분 지분의 공개매각을 앞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부담이 기업의 경영 활력을 옥죄고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부과 기준을 기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산세는 고인의 유산 전체의 세금을 측정하지만, 유산취득세는 개개인이 상속받는 재산 수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유산세보다 전체 부과하는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상속세율을 조정하는 대신 유산취득세로 부과 기준을 변경할 경우 세율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행 한국의 직계 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할증까지 합산할 경우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25%)의 2배 수준으로 상속세가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현재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국,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주요국 상속세율은 일본이 55%로 가장 높고, 프랑스 45%, 미국 40%, 영국 40%, 독일 30% 등이다. 호주·캐나다·스웨덴 등은 상속세 대신 상속받은 재산을 향후 처분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를 운영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계는 지속해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권은 물론 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계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5개 구간에서 4개 구간으로 변경,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30억원 초과’에서 ’50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 최고세율 10%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상속 세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상속세 부담에 따른 오너 기업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며 오히려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6%에 달했다. 또 막대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상속세 부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후 삼성 일가는 5년에 걸쳐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 규모를 처분키로 했다. 넥슨 역시 고 김 회장 타계로 유족들이 상속세를 낼 현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넥슨 최대 지주회사인 NXC 주식을 물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상속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정부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언급한 배경에 이 같은 경영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영향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위 1%를 위한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상속세 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상속세 완화 시도가 결국 ‘부의 대물림’을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서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60조원의 세수 결손 전망도 상속세 개편을 소극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야당 일각에선 정부의 상속세 개편 움직임이 내년 총선을 위한 군불 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형평성 등에 대한 분석이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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