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여성의 인적 역량 개발에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역량에 걸맞은 경제·정치 영역에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은 최근 젠더 규범이 과거보다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이 13일 발표한 ‘국제 지수로 본 한국 젠더 관계의 성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성불평등지수’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성격차지수’에서는 하위권을 기록했다.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Gll)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건강·권한·노동 측면에서 유엔회원국가의 성 불평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수다. 한국은 2010년에는 138개 국가 중 20위를, 2021년에는 191개 국가 중 15위를 차지했다. 측정 지표에는 건강(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권한(여성의원 비율, 중등학교 이상 교육 인구 비율), 노동(경제활동참가율) 등이 반영됐다.
하지만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에서 결과값은 상반됐다. 성격차지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건강·교육·경제·정치 측면에서 남녀 격차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수다. 한국은 2006년에는 115개 국가 중 92위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146개 중 105위를 차지했다. 측정 지표에는 생존과 건강(출생성비, 남성 대비 여성의 건강 기대 수명), 교육(남성 대비 여성 문해율 등), 경제(남성 대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 등), 정치(남성 대비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이 포함됐다.
이상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불평등지수는 ‘수준·투입 변수·역량’에 주목하고, 성격차지수는 ‘격차·산출 변수·평등’에 주목한다”라며 “기본적으로 두 차원은 조응하는 데 이러한 관계에서 예외 사례가 한국”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사한 사회경제 수준을 가진 국가들보다 경제적·정치적 활동에서의 성별 격차가 큰 것이 한국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젠더 인식에 대한 측정 결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젠더규범지수(Gender Social Norms Index·GSNI)’는 유엔개발계획이 정치·교육·경제·신체 측면에서 젠더 인식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한국은 ‘4개 항목 모두에서 반여성적 편견이 없는 이들의 비율’로 확인한 조사에서 올해 75개 국가 중 38위를 차지했다.
특히 2010년 조사 이래 한국은 젠더 편견이 없는 이들의 비중이 낮아진 정도가 두 번째로 큰 국가로 파악됐다. 최근 변화를 보인 38개 국가 중 27개 국가에서는 젠더 편견이 없는 이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이중 한국은 영역별로 편견이 있는 이들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에서 정치(72.9%)와 경제(65.5%) 영역에서 편견이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연구위원은 “과거나 지금이나 편견 수준이 높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에서 젠더 평등을 이루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