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전기차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의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이 현지 주요 광산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니켈 광물에 대한 패권을 쥐고 있는 곳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나 전기차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에 앞서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회담의 주요 안건은 인도네시아산 니켈에 대한 핵심광물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라며 양국이 협정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RA는 전기차 분야에서 북미 내 생산·조립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배터리에서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 광물(니켈과 망간, 흑연, 코발트, 리튬 등)과 부품의 일정 수준 이상을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가져와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 세계에서 니켈 매장량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지만 미국과는 FTA를 체결하지 않아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FTA 체결국 지위에 준하는 별도의 핵심광물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에 긍정적이다. 전기차 전환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온 바이든 대통령은 IRA를 통해 자국 중심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를 위해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협상의 최대 난제는 중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정부가 일찍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니켈의 제련·가공 분야에 진출해 사실상 인도네시아 공급망을 틀어쥐다시피 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핵심광물협정을 체결하면 결국 중국 기업들에 IRA 혜택이 갈 것이라 우려가 큰 상황이다. 앞서 초당파 상원의원 9명은 지난달 24일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등에 서한을 보내 환경, 인권, 노동 기준이 낮은 인도네시아와 IRA 협력을 체결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미 행정부는 인도네시아산 니켈 광물을 가지고 중국 회사가 가공한 니켈 제품은 IRA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미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가공 분야에서 중국의 막대한 지배력과 부실한 지배구조는 양국 정상 협상에 큰 걸림돌일 수 있다”면서도 “인도네시아 정가 비교적 높은 환경, 인권, 노동 기준으로 생산된 니켈을 미국 등 서방 시장에 공급하고, 나머지를 중국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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