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스토랑을 지배해 온 ‘팁 문화’가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식당에도 키오스크가 도입되자 팁을 받는 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품기 시작한 탓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팁 문화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퓨리서치는 미국 성인 1만194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조사 배경은 “최근 키오스크가 널리 퍼지고 있고 (고물가 여파로) 팁을 의무화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등, 팁 문화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 중 49%는 ‘상황에 따라 팁을 줄지 말지 판단한다’라고 답했다. 팁을 의무라고 생각한 소비자는 29%에 그쳤다. 키오스크가 도입된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에선 팁을 주는 미국인이 현저히 적었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각각 12%, 25%에 그쳤다.
반면 키오스크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식당에선 응답자 중 92%가 팁을 낸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 77%는 ‘서비스의 질을 만족할 때 팁을 낸다’고 했으며, ‘사회적 압박감 때문에 억지로 팁을 낸다’는 답변은 23%에 그쳤다.
미국인이 주로 팁을 내는 서비스는 미용실(78%), 술집(70%), 택시(61%) 순이었다. 미국인 소비자에게 팁은 주로 ‘대면 서비스’에서 만족했을 때 건네는 개념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키오스크의 도입은 19세기부터 미국 요식업계를 지배해 온 팁 문화에 새로운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키오스크는 소비자 스스로 주문하는데 왜 팁을 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미 금융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팁 문화를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을 소개한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에선 키오스크로 주문을 한 뒤 제품 가격의 10~20%를 팁으로 요구하는 안내 메시지가 뜨는데,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비자는 팁 요구 메시지가 뜰 때마다 이를 거절하고 있다면서도 “일종의 감정적인 협박”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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