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수 년 간 특허분쟁을 벌여왔던 미국 회사 넷리스트(Netlist)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분쟁 특허의 원출원이 무효라는 결정을 받아내고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간 특허 분쟁이 새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 넷리스트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에 ‘특허비침해 및 계약위반’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넷리스트는 2000년 메모리 모듈을 설계·제조하고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한국계 홍모 씨가 설립한 회사다. 40건 이상의 특허패밀리(Patent Family·자국에 출원한 원출원 특허와 관련된 모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메모리 모듈 및 서킷에 관한 특허들이다.
넷리스트는 삼성전자와 다수의 소송전을 벌여왔다.
넷리스트는 2021년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특허(‘024)를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주 동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이 특허는 메모리 반도체 모듈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넷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자신들과 다른 프로젝트에서 협업을 진행하며 이번 특허 기술을 가져가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올 4월 텍사스주 동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의 특허 기술을 침해한 것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올 8월 법원은 배심원단의 평결을 수용해 3억315만달러(약 3989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앞서 넷리스트가 삼성을 상대로 다른 특허 2건(‘218건 및 ‘595건)에 대한 침해도 주장하자, 삼성은 2021년 10월 2건의 특허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 및 항소위원회는 2022년 5월 두 건의 특허 모두 무효라고 결정했다. 넷리스트는 항소 기회를 놓쳤고 더 이상 두 건의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무효 결정을 토대로 삼성전자는 새로운 소송을 시작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넷리스트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에 ‘특허비침해 및 계약위반’에 관한 소송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분쟁 특허(‘024)가 이미 무효가 된 2건의 특허(‘218건 및 ‘595건)에 대한 계속출원 건이므로, 앞선 넷리스트의 주장들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넷리스트가 계약상 의무와 표준특허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먼저 메모리 모듈을 생산하며 분쟁 특허(‘024)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에 따르면, 분쟁 특허(‘024)의 주요 청구 사항은 ‘호스트 시스템의 해당 슬롯’을 구성요소로 한다. 그러나 삼성의 메모리 모듈은 이른바 ‘Clock-to-CA 트레이닝’ 구성이다. 구성이 달라 분쟁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분쟁 특허(‘024)가 넷리스트의 주장대로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어떤 제품을 만들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특허)라 해도, 넷리스트가 국가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의 규정을 위반해 소송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넷리스트가 ‘상대방과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로열티 협상 진행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한 특허 분야 전문가는 “넷리스트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의 원출원이 무효가 됐고, 이들이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일단 지금 진행되는 소송에서는 삼성 측이 유리한 지점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석했다.
권창로 로이터·홍수정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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