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파고와 저성장 고착화 등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신(新)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가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가 성장을 견인해 왔다. 최근 요구되는 신기업가 정신은 원로 기업인들의 ‘사업보국(事業報國)’에 대한 불굴의 의지에, 후배 기업인들의 혁신, 상생 등의 현대적 가치가 더해진 21세기형 리더십이다. 선배들의 위기 극복 노하우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후배들의 혁신 의지가 결합할 때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각오다.
삼성, SK, 현대, LG, 포스코, 롯데, 한화 등 원로 기업가들은 배를 쫄쫄 굶던 시절에 달러를 벌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 선대 회장들이 사업보국을 위해 일평생을 바쳤다면 그들의 뒤를 잇는 기업인들은 이제 국가의 부국강병을 넘어 약자와 동행하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확장된 사회적 책임과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기업가 정신을 향한 최근 3·4세 기업인들의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폐지하고,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통해 준법경영, 상생의 가치를 지키고, 국민이 사랑하는 기업을 만들어 인재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뉴삼성 선언’은 이재용 시대의 ‘상생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의지로 계승된 셈이다. 구인회 LG그룹 회장의 “고객과의 꾸준한 관계만이 기업 생명”이라던 철학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LG의인상’으로 부활해 사회와의 동행, 상생 등 뉴리더십에 맞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3고’, 미·중 갈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짓눌려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래 산업인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자율주행, 전장 등에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보의 공유를 넘어 AI와 지능을 공유하는 플랫폼 기반의 초연결사회에서는 인본정신과 상호신뢰가 필수적이다. 2024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주요 7개국(G7)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대율 경상국립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신기업인들은 과거 기업의 성장에서 중요한 요소였던 ‘업종전환’과는 차원이 다른 생존경쟁에 직면해 있다”면서 “기술에 대한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동적 전환’을 근간으로 한 신기업가 정신은 미래 산업혁명을 주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K-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려면 오너와 임직원이 모두 신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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