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이슈와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한국 경제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YS) 정부에서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신(新)경제 정책을 주도했던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은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당면 현안에 대처하는 데만 사로잡혀 있다”며 “법치주의는 경제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의 본질을 다루고 개혁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진국 함정은 저소득 국가가 중간 소득 국가로 올라서는 단계에서 성장동력을 상실해 고소득 국가에 이르지 못하고 중진국에 머물거나 다시 저소득 국가로 후퇴하는 현상을 뜻한다.
박 전 장관은 “한국 경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중진국 함정에 매몰될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2029년까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2029년 평균 경제성장률 4%, 2029년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달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초·중반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와 빈부격차 심화를 꼽았다. 박 전 장관은 저출산 완화를 위한 해법으로 ‘전국 유료 공공 돌봄 시스템’ 도입을 촉구했다. 각 지역에 산재한 초등학교 등 인프라를 활용해 유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 맞벌이 부부의 양육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빈부격차를 해소할 방책으로는 ‘공통 소득제’ 도입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소득 격차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완화하려면 기초생활 영위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 대비 80~85%를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공통 소득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먹고살 만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근로 의욕과 용기를 북돋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만 지원하는 차별적 복지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박 전 장관은 “특정 계층만 지원하면 열등감과 열패감을 안길 수 있다”며 “소득세 누진세율을 높여 고소득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전 장관은 제2의 새마을운동 격인 ‘새시민운동’ 전개를 주장했다. 그는 “20대를 중심으로 근면성을 회복하고 정보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새시민운동’을 통해 실행력 강한 경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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