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두고 월가 대표 투자 은행들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UBS가 내년 상반기부터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인하 폭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그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두 연속 금리를 동결한 Fed는 12월 새 점도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투자은행 UBS는 13일(현지시간) 투자자 메모를 통해 Fed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며 현재 5.25~5.5%인 금리가 내년 연말까지 2.5~2.75% 범위로 떨어지고, 2025년 초까지 1.25%로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바누 바웨자 UBS 수석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2024년)3월이 되면 Fed는 매우 높은 실질금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향후 대폭적인 인하 기조를 예상했다.
내년 한 해에만 무려 275bp(1bp=0.01%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UBS의 시나리오는 Fed의 점도표 상 금리 경로는 물론, 다른 투자은행들과 비교해서도 매우 공격적이다. 이러한 전망은 미 경제가 내년 2분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UBS측은 지난 30년간 일본을 제외한 주요 10개국 중앙은행들이 15개월간 금리를 평균 320bp 인하했던 완화 사이클을 언급하며 “(내년에도) 일본을 제외한 중앙은행들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내년부터 큰 폭의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엘렌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경제분석팀은 전날 공개한 2024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Fed가 내년 6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9월에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리고, 4분기에는 매 회의마다 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2025년 말 금리 중앙값은 2.375%가 된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UBS와 달리 경기침체 전망을 기반으로 하지는 않았다. 대규모 금리 인하가 필요한 수준의 경제 약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에 그치고, 실업률은 4.3%까지 뛸 것으로 추산했다. Fed의 전망보다 성장(1.8%)은 느려지고, 실업률(4.1%)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내년 3분기부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될 것”이라며 “연착륙 견해를 유지하지만, 성장세가 약화할 경우 침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Fed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Fed가 내년 4분기 중 처음으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6년 중반까지 분기당 1차례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총 175bp 낮추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2026년 중반을 기준으로 한 금리는 3.5~3.75%가 된다.
메리클 이코노미스트는 “우리의 예측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면 금리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Fed 당국자들의 의견, 이미 강한 경제를 (금리 인하로) 부양할 필요가 없다는 당국자 의견 사이의 절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2025년 말 실질 GDP 성장률은 1.9%로 UBS(1.7%), 모건스탠리(1.4%)는 물론, Fed(1.8%) 전망치도 웃돌았다. 실업률은 3.6%로 4가지 관측 시나리오 중 가장 낮았다.
블룸버그통신은 “Fed의 금리 인하가 얼마나 공격적일까를 두고 월가가 분열됐다”면서 “모건스탠리, UBS가 큰 폭의 인하를 예상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그렇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Fed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2024년 말 금리 중앙값은 5.1%, 2025년 말 금리 중앙값은 3.9%다. Fed는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 새로운 점도표를 통해 금리 전망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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