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발생! 화재발생!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침수가 감지되었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고 침수 위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침수감지센서가 물에 잠기자 경광등 파란불이 깜박이면서 침수를 알리는 다급한 목소리가 울린다.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자 이번에는 빨간 경광등 불빛과 함께 화재 경고 메시지가 방안에 퍼졌다. 침수와 화재 등으로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이성헌)가 ‘반지하가구 생명지킴 8종 세트’를 내놨다. 공식 명칭은 ‘서대문구 반지하가구 스마트안전관리서비스’다.
서대문구가 관내 300가구에 설치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무선 스마트센서 홈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해 침수, 화재, 일산화탄소 누출 등으로부터 반지하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을 지킨다.
반지하가구 집안과 벽, 천장 등에는 총 8가지 장비를 놓거나 부착한다. 화재센서와 침수센서, 일산화탄소센서, 온도센서, 사물인터넷(IoT) 소화기, 음성안내 경광등을 비롯해 LTE 통신을 위한 LTE IoT 라우터, 게이트웨이 등이 그것이다. 위험이 감지돼 센서가 울리면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서대문구 재난안전대책본부(관제센터)에 상황이 전달되고, 연락처를 미리 등록한 반지하가구 가족에 재난 상황 알림 문자와 대피 연락이 취해진다.
벽면에 설치되는 침수센서는 바닥에서 0.5cm 이상 침수를 감지한다. 천장에는 연기 감지 화재센서, 이산화탄소센서, 온도센서가 붙는다. 경광등은 게이트웨이로부터 감지 정보를 수신해 큰소리로 위험을 알려준다.
설치와 운영 통신비는 전액 무료다. 서대문구는 반지하가구 스마트안전관리서비스 도입을 위해 올해 구비 3억원에 시비 2억원을 보태 서버를 구축하고, 이 서비스를 신청한 관내 반지하가구 300곳에 무상 설치해줬다. 지난달 시험 운영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는데 벌써 아찔하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사례가 있었다.
홍은동에 혼자 사는 박모(56·남)씨는 지난 2일 가스 불에 보리차를 끓이다가 하마터면 화재로 이어질 뻔한 일을 겪었다. 주전자가 타기 시작하자 화재센서가 반응해 경광등이 울렸고, 구청 관제센터의 긴급 연락을 받은 덕에 화재를 피할 수 있었다.
서대문구는 이 서비스 사례로 지난달 초 ‘지역정보화 연구과제 발표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구청의 가장 큰 고민은 홍보 문제다. 이 서비스가 많이 알려져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신청해야 하는데 구청 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년층 1인가구 비중이 높은 반지하가구 특성상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작동법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자 숙제다.
문병길 서대문구 스마트정보과 주무관은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 많은 반지하가구가 혜택을 받도록 하고,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예방효과를 분석해 이 사업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전체에는 총 20만2000가구의 반지하주택이 있다. 관악구와 강북구에 각각 1만6200가구와 1만4100가구가 있고, 중랑구와 성북구, 은평구, 광진구, 동작구에도 1만 가구가 넘는다. 서대문구에는 8700가구의 반지하주택이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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