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지 뷰티>의 저자 클로이 쿠퍼 존스는 ‘장애 여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외적이든 내적이든 아름다움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해방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을 키워드로 저자가 여행했던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 밀라노의 비욘세 콘서트장, 프놈펜의 킬링필드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심리적 변화와 함께 타자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광경을 내밀하게 목도할 수 있다. 또 여행지에서의 사유에 녹아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이리스 머독 등 철학자들의 말을 빌린 저자의 아름답고 은유적인 문장들을 마주하다 보면 깊은 문학적 정수도 맛볼 수 있다. 글자 수 875자.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했고, 때로는 잔인하게 굴었지만, 대개의 경우 그저 나를 끼워주기가 어려우니 나를 가장자리 남겨두는 게 편하다고 느꼈다. 내 몸은 항상 눈에 보였지만, 내가 나의 ‘자아’라고 불렀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불가피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나 자신을 배제했다. 더 현실적인 삶, 사방에서 반짝이는 삶, 밝고 충만하고 접근 불가능한 삶의 흐름에서 밀려나기 전에 나만의 고독한 장소로 대피했다.
아빠는 여행, 모험, 이론, 철학, 예술을 재료로 훌륭한 비계를 만들어 자아에 관한 이론을 감쌌다. 아빠는 그걸로 자아를 보호하고, 분리하고, 고양시켰다. 나 역시 그렇게 했고, 사람들과 분리되는 게 나에게 더 좋은 거라고 나 자신을 설득했다. 그 말의 어느 부분은 진실이었지만, 나는 진실인 부분과 진실이 아닌 부분을 구별할 수 없었다. 나는 신성한 고독에 관한 거창한 이론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준 철학자들과 사랑에 빠졌다. 나는 플로티노스의 제자였다. 나는 홀론 존재하고, 남들과 섞이지 않고, 남들과 떨어져 있으며 나의 완전한 존재를 발견하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나는 아름다움을 통해 오염된 곳에서 벗어났다. 아름다움을 통해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혼자가 됐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소프로시네(Sophrosyne)를 동경하라고 가르쳤다. 소프로시네란 이성과 지혜의 조화를 달성한 상태를 가리킨다. 플로티노스는 소프로시네를 획득하려면 육체의 자극, 고통과 쾌락을 모두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체는 청결하지 않고 무가치하며, 우리가 육체에서 벗어날 때 아름다움이 발견된다. “그렇게 정화된 영혼은 육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지적인 이데아와 이성이다. 오직 이 신성한 질서에서만 아름다움의 원천과 온갖 종류의 아름다움이 생겨난다.”
-클로이 쿠퍼 존스, <이지 뷰티>, 안진이 옮김, 한겨레출판, 2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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