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0 시대엔 다양한 블록체인 토큰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 900조달러(약 119경3400조원) 상당의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혁신할 수 있고, 더 많은 유동성 공급할 수 있다.”(왈리 유 체인링크랩스 솔루션즈 아키텍트)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이 갖는 ‘웹3.0’ 시대를 앞두고, 국내외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자본시장을 조망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개최한 ‘업비트 디 콘퍼런스(UDC) 2023’에서 29개국의 블록체인 전문가 39명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왈리 유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체인킹크랩스에서 출시한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CCIP) 솔루션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데, 전통 금융시장과 협업하는 방식과 잠재력이 막 발현된 것”이라며 “모든 은행이 찾아와 전통 자산을 어떻게 토큰화하고 블록체인에 올릴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는데, 번거로운 작업이 줄면서 유동성이 늘고 다른 투자처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주식·부동산·파생상품 시장과 비교해 현재 디파이(탈중앙화금융)는 작은 시장”이라면서도 “전통 시장의 문제는 투명성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투명하다”며 “전통 금융회사가 이를 활용한다면 이전까지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현 SK텔레콤 부사장은 “웹3.0은 투명성, 개방성, 검열 저항성을 통해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이코노미를 이루게 해준다”며 “비트코인 시세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완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본격적인 재도약이 예상돼 자산운용사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시장 편입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에밀리 파커 코인데스크 전무이사는 “조만간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할 것”이라며”며 “이에 따라 가상자산과 대체불가토큰(NFT) 등 크립토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세현 부사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편입된다면 30조달러 상당의 자본시장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현황에 대한 분석도 쏟아졌다. 알렉 제브릭 체이널리시스 아시아태평양(APAC) 연구 부문 매니저는 “한국은 가상자산 규제 분야에서 ‘얼리 무버'”라며 “자금세탁방지(AML)와 가상자산 규제를 2021년부터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한국으로 9억3400만달러에 이르는 불법 자금이 들어오는 등 한국의 가상자산 위협도는 높은 수준”이라며 “체이널리시스의 ‘KYT’는 불법 거래를 추적하는데 상장 거래소와 다크웹 등에서 매주 다양한 데이터를 추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버범죄자에 대해 지속적이고 스마트한 거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세현 부사장은 “당국이 한번에 모든 규제를 풀어주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며 “증권성 문제의 경우 미국에서 리플의 소송 결과가 나왔는데 기관 투자자로 투자할 때는 증권이고 개인 투자자는 상품이라는 게 결론”이라며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규제 법안인 미카(MICA) 등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나오는 것은 결국 불확실성의 해소를 뜻하며 기업 입장에서 편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뭘 더 규제하고 덜 규제하느냐보다 명확성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려 할 때 새로운 규제나 입법 트렌드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연구원은 “예를 들어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면 한국도 이 ETF 승인을 고려할 것이지만 현재 비트코인 수탁을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에 없다”며 “그래서 가상자산 기업 간의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같이 수탁기관의 규제를 더 이해할수록 새로운 형태의 ETF에 더 적응할 수 있을 것이고, 관련 업무를 한국에서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대표 블록체인 콘퍼런스인 UDC는 지난 5년간 1190개 이상의 기업에서 1만9100명이 넘는 참가자가 참석했고, 진행된 누적 세션만 150개가 넘는다. 그동안 ‘기술’에 초점을 뒀던 행사를 6회째인 올해부터 ‘정책·금융·기술·문화·트렌드’ 등 사회 전반 분야로 확장키로 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UDC 2023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이 점차 경제와 문화,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력이 확장돼 UDC도 블록체인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종합 콘퍼런스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